나그네 길 - 04. 옥상에 올라서면


청하 권대욱


비 개인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작은 발걸음이 옥상으로 가게 합니다
구름빛이 먼 산에 희미합니다.
관악산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고웁고
연주암 노스님 염불소리 들릴듯합니다
팔봉능선을 스쳐가는 솔바람도 보입니다.


청계산 그 봉우리는 둥근 미소를 띱니다
하늘에 작은 구름을 올려두고서 웃습니다
검단산 자락에 보이는 작은 손짓을
아마도 남한산성 자락까지 보낼 것입니다
그 봉우리에 휘날릴 태극기 그림자가
우리에게 또 희망을 줄 것만 같습니다


불암산 자락에는 밝은 태양의 미소가 있습니다
멀지마는 오늘은 내 손이 닿을것만 같습니다
비 개인날은 이래서 좋아집니다.
내 코끝에 닿는 이 바람은 저 산바람입니다
불암사 마애불이 손에 잡힐 듯하지마는
아직은 작은 번뇌가 남아 있어 슬픕니다


수락산이 구름속에 휘감기어 있습니다
오늘은 묵묵히 있지마는 그곳은 정겨운 곳
흥국사 약사불 미소도 서려있을 것입니다
도솔봉 작은 그림자는 산바람을 보냅니다
어디로 갈 줄을 모르는 산나그네는
그 발길을 내원암 돌미륵부처님께 돌립니다


도봉산 신선대는 하얀 빛을 비추입니다
나란히 줄지은 오봉이 그리 멀지도 않지마는
칼바위 그 능선지나는 솔바람이 스칩니다
작은 소나무에 걸린 구름빛을 만집니다
우이암의 그 봉우리에도 푸른 빛이 돕니다
천의무봉 관음님의 미소인양 합니다


백운대는 만경대와 나란히 웃음지어 보입니다
지나가던 산까치는 인수봉에서 머물것입니다
보현봉 아래에는 속세가 우쭐거립니다
문수봉 그 끝자락은 이름모른 세상입니다
다만 나그네의 발걸음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도솔천이 그 곳 위에 바로 있었습니다


남산, 그 푸르름이 흘러가는 강물에 드리웁니다
우뚝선 타워가 흔들리듯 구름빛에 맴돌고
봄 날,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 산길에는
아름드리 은행목이 지금도 혼자 서있습니다
굽어보메 용산인가, 치어보니 삼각산입니다
내 마음을 그 곳에 담으니 여기가 속세입니다


인왕산이 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서 있습니다
북악산의 푸르름은 더욱 고와 집니다
시원한 하늘빛은 마냥 청자빛입니다
이런 날에는 잠자리의 고운 빛이 그립습니다
오늘 비가 개이면 다시 하늘이 고와질터이니
나는 혼자서 다시금 산길을 거닐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