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정채봉


"지나가는 걸인들을 불러들여  먹던 밥숫가락을 씻어
건네주던 우리 할머니를 사랑합니다.

상여 뒤를 따라가며 우느라고 눈가가 늘 짓물러 있던
바우네 할머니를 사랑합니다.

나의 허드렛일을 자기 일처럼 늘 늦게까지 남아 하던
곰보 영감님을 사랑합니다.

동네머슴 제사를 백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지내고 있는 문경의 농바위골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시는
수녀님들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