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 / 우먼

티백이다, 오늘은
녹차탕에 30분
한 달 동안 기생한 기름때
우려내고
친정어머니 등을 민다.

크고 넓던 등이
언제 이렇게 쪼그라 들었는지
앙상한 뼈가 우악스런 내 손바닥으로
으스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자꾸만 손끝이 떨린다.

딸아이가 내 등 뒤에서
"엄마, 엄마 등은 일본 갈 때 본 바다 같아"
"와 넓다, 넓어"
"너, 장난 치지 말고 잘 밀어라!"
"네, 마미" 딸아이 우렁찬 대답에 웃는
친정어머니.

열 살 때 초등학교 운동장이
마흔 살 운동장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딸아이가 알 때쯤이면
쭈글쭈글한 거죽만 남겠지, 나도
어머니 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