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은 친정엄마 때문에 오늘은 복숭아 장사를 하게 되었다. 친정집 동네에 과수원이 있다. 요즈음은 황도 복숭아가 나오는 시기. 몇 상자 필요해서 주문을 했는데 두 배로 가지고 와서는 나머지는 팔아 달라신다. 달랑 몇 상자 가지고 약관(청과물 시장)가기 뭐 하다면서. 그냥 다 가지고 가면 우리 딸애가 사줄 거라 했단다. 오지랖 하면 울 친정엄마 못 따라간다. 감자, 고구마 캘 때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강매 아닌 강매로 손해 보는 나, 오늘도 매출 현금 다 털었다.

  내가 이렇게 친정엄마의 오지랖을 받아 주는 것은 엄마의 오랜 삶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나누어 먹으면 다 자손한테 복이 간다는 외할머니 말씀이라며 천명처럼 알고 사시기에. 아직은 후덕한 인심이 있는 시골, 이 여름 김치를 담아도 도시 사람 김장 김치다. 김치를 버무리다가도 누가 오면 그 자리에서 한 포기라도 담아준다. 그러면 또 동네 분들은 밭곡식이 나오면 참깨며 들깨, 콩 등을 부지런히 나른다. 주고받는 손들이 기쁘단다. 이런 정 때문에 시골에서 혼자 사시면서도 외롭지 않다는 친정엄마.

  오늘도 엄마 얼굴은 복숭아다. 겉은 붉은 끼가 돌면서 속이 누런 황도, 물렁하면서도 입에 넣으면 달짝지근한 그 맛. 엄마의 맛이 날개를 펴는 순간이다. 학창시절엔 복숭아처럼 예쁜 꿈만 꾸었는데 마흔이 넘은 지금은 주름살 사이사이 솜털이 보이는 친정 엄마가 잘 익은 복숭아다. 장사는 고사하고 여기저기 퍼주느라 오늘도 내 주머니는 또 비었다.

2007-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