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03년 [인터넷 바다낚시] 사이트에 처음 가입 하고 주로 했던 일은,
조황속보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디서 뭐가 잡히고, 어떤 계절에 뭘 잡아야 하는지······.
 
                   [생방송 "세상의 아침" 방송 진행하는 곳]
 
또는 
누가 얼마만큼의 고기를 잡았는지 부러워하며 사진을 감상하는 정도였다.
 
또!
중고장터에서 적당한 낚시 용품이 매물로 나온 것이 뭐가 있나,
낚싯대나 릴의 중고시세가 얼마가 되는지 알아보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의 글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던가, 끌리는 느낌이 있으면
짧게 인사치레로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라디오 방송 진행하는 곳]
 
그러던 중
[인터넷 바다낚시] [세상사는 이야기] 코너의 소모임인 [주주클럽] 문을 두드렸던 것은,
작년 10월 여수에 있는 작금에서 시행한 하반기 정출을 앞두고였다.
 
                             [라디오 방송 출연진 대기 장소, 방송 진행자들의 액자] 
 
[[주주클럽]이란 한자로 [酒主클럽]이 되며, 낚시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마음이 열린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모임 아닌 모임인 것이다.
따라서 가입절차, 회비, 회칙 같은 것도 없고, 누구나 들고 나는 것이 자유의사로 이루어진다.
일년에 네 번의 모임이 이뤄지는데, 년 초 시조회, 상반기 정출, 하반기 정출, 송년의 밤이 그것이다. 
직업도 천차만별이어서 대학 교수, 농부, 자영업, 회사원 등등 이며, KBS 방송국의 고위 간부가 한분 계시어 방송국 견학도 하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 진행하는 곳]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망설이며 갈등해야 했다.

집사람을 처음 알게 되고,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하나?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 등등
두근거리는 심장의 방망이질속에 망설였던 것처럼······.
  
                   [라디오 방송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함] 
 
그런 고민 속에 참석을 결정했고,
그 이후로 2008년 시조회, 상반기 정출, 이렇게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오프라인의 만남과는 별개로, 중간 중간 [세상사는 이야기] 또는 [조행기] 코너에
우리 가족의 일상과 낚시 다녀온 이야기를 작성하여 글로 올리는 일도 몇 번 있었다.
  
                                                        [함께한 사모님들]
 
그러면 댓글이 달리고, 그 댓글에 답글을 올리면서,
나는 점점 인낚에 중독되어 가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한 일상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나 혼자 [세상사는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집사람과 애들이 같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주주클럽] 회원들의 닉네임을 외우게 되었다.
 
                         [회원이신 부산대 불어불문과 교수]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주주클럽에 오셨던 가족들도 나와 같은 전철을 밟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후 [주주클럽]의 문을 두드리고 오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집안의 가장이 [인터넷 바다낚시]에 중독되다 보니,
집사람도 한발 한발 빠지게 되고,
하루 중의 대화가 [세상사는 이야기]에 올라온 글들이 화제가 되는 날이 많아졌다.
  
                         [KBS 홀을 배경으로 우리 가족]
  
 
낚시란,
물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 바다낚시]에 내가 빠져들었고, [세상사는 이야기] 바늘에 내가 걸렸다.
나는 이제 [인터넷 바다낚시]의 바늘에 걸린 한 마리 물고기가 되었다.
또한 [세상사는 이야기]의 바늘에 걸린 가슴 뜨거운 낚시꾼이 되었다.
 
                       [함께 방송국을 견학했던 회원들]
 
나는 이제 그 분들과 함께 웃고, 울고 감동을 느낀다.
심심풀이로 시간이나 때우는 인터넷사이트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생각이 깨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 분들을 만나며 좀 더 성숙해 지는 나를 발견한다.
관용을 배우고, 인간미를 배우고, 경륜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뜨거운 인간애를 느낀다.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는 곳]
 
이제 나는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니, 
빠져 나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 좀더 정확하지 않을까?

서양 사람들은 사랑에 살고, 사랑이 식으면 헤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동양사람, 
우리네는 정(情)에 울고 정(情)에 산다고 했다.
 
 
 
                         [각종 방송프로의 포스터 아래에서, 우리집 아이들]
 
옛날 
아버지께서 인천의 5번지라는 곳에서 골목골목 지게질로 연탄 일을 하실 때였다.
식사하러 오시라고 심부름을 가면 아버지는 나를 등에 업고 집으로 오셨다.
군복이 땀에 배어 시큼한 냄새가 났어도 나는 그게 좋았다.
 
                              [요즘 한창 인기 많은 1박2일팀의 포스터 아래에서]  
 
불혹을 넘긴 내가,
나이가 가장 어리고
작은 아버님뻘의 회원들이 대다수라서 세대차이가 나는데도 어색하지가 않다.
어린시절 아버지 등에 업혀 갈 때 맡았던 그런 사람냄새가 풍겨서 좋다.
 
                                     [뒷풀이]
 
동양난은 
서양난에 비해 꽃이 볼품없이 작아도, 은은한 향기는 넓고 깊다.
나는 [주주클럽]의 냄새가 동양난처럼 은은하고 넓게,
[세상사는 이야기]를 물들여 갈 것이라 확신한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_^]
 
언젠가 나는,
내 아이들인 혁호와 지호가
나와 집사람을 태우고 [주주클럽]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때까지 [인터넷 바다낚시]를 통해 모임이 지속될지,
다른 어떤 형태의 모임으로 변할지는 몰라도 사람은 변함이 없으리라······.
 

                                 [고령에서 참외 농사를 짖는 회원 부부]
 
낚시를 통해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이 만들어지고, 세월은 흘러갈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나가보면, 우리가 알지 못한 큰 세상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서먹하고 두려워도, 알고 보면 그들도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고,
똑같은 전철을 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