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라멘의 짧은 사랑

 

                         근암/유응교

        그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뛰고 그대를 보는 순간 숨이 막혀요 오로지 신만을 사랑하던 제 가슴에 이토록 사랑의 불을 지피시니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그대를 향한 아름답고 지순한 내 사랑은 종교보다도 깊고 그대가 보내는 미소는 신의 미소보다 신비해요 이제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요. 그러나 그토록 고귀하고 달콤하던 우리 사랑에도 이처럼 아픈 이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대의 배신이 내 심장에 이렇게 빨리 슬픔의 칼을 꽂을 줄은 몰랐어요. 가슴에 흐르는 붉은 피가 마르기도 전에 배신의 쓴잔을 들고 웃고 서 있는 그대여 하늘처럼 신처럼 그대를 떠받들었던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군요. 이제는 땅만 내려다보며 내 자신만을 내려다보며 다시는 누군가를 우러러 보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