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py.gif * 시간의 간이역에서 *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고 손으로 움켜쥘 수도 없다.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처럼 시간은 부지불식간에 흘러간다. 우리는 시간에 대해 영원한 채무자다. 하루 24시간을 얻어 쓰고 1년 365일을 빌려 쓴다. 얻어 쓰고 빌려 쓸 뿐, 단 1초도 갚지 못한다. 빌려 쓰면 헤픈 법이다. 새벽에 두툼했던 시간의 지갑은 저녁이면 이내 홀쭉해 진다. 새해 첫날에 365일을 빌려 12개의 주머니 마다 가득가득 채워 놓았는데, 12월이 시작 되는 달력 앞에서 보니 벌써 11개의 주머니가 빈 주머니다. 탈탈 털어봐도 잔돈 한푼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이 해도 12월, 이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돌아보면 서리 내리는 빈 들판 뿐이다. 그래서 12월은 겸허해져야 한다. 겨울나무처럼 겸허해 져야한다. 빈 몸, 빈 손을 부끄러워 하며, 참회하며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 한해를 감사히 다 쓰고 고맙게 새로운 한 해를 얻어 쓰기 위해 우리에게 시간을 빌려 주시는 그 분을 위해 또 경건해 져야 한다. 12월은 시간의 간이역이다. 우리는 그 간이역의 플렛폼에 서서 다 써버린, 떠나가는 묵은 해를 위해 겸허해야 한다. 희망을 가득 싣고 찾아오는 새해를 기다리며 경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12월은 너무 요란하다. 건물에는 현란한 네온이 켜지고 거리에는 축제의 노래들이 울려 퍼진다. 그 많은 시간을 거저 빌려 쓰고도 그것도 부족해 '12월 24일'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 분에게 지구의 시간을 빌려 쓰는 것들 중에서 사람이 제일 뻔뻔스럽다. 나무는 한 해를 빌려 잎 달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 놓고도, 다시 궁통한 한 해를 더 얻기위해 북풍한설 속에서도 알몸으로 새해를 기다린다. 한해살이 꽃들은 작은 씨앗으로 허공을 떠돌며, 여러해살이 풀들은 차가운 땅속 뿌리로 남아 새로 나눠 주시는 시간을 기다리고있다. 추운 나라의 새들은 새해를 영접하기 위해 그 작은 날개로 수천킬로미터를 날아오고, 고래도 먼 바다를 온 몸으로 회유한다. 그러나 사람은, 시간은 영원한 것이고 자기들의 것인 양 요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영원히 흘러 갈지라도 그 시간을 얻어쓰는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영원의 시간으로 보자면 사람의 한 평생이라는 것도 새벽에 잠시 맺혔다 사라지는 이슬이며, 저녁에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빛과 같은 것이다. 12월은 빌려 쓴 시간의 이자를 셈하는 달이다. 그 시간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 베풀어야 하고, 그 시간을 탕진 했다면 다시 신발끈을 꽉 묶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달력 속의 숫자 12는 1은 절대자의 모습이며, 2는 그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 월간 '객석' 중에서 글 정일근 -
 고향의 노래 - 대우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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