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내릴 때면 - 詩/용혜원 어둠 속에서 장마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릴 때면 그 빗속을 헤치며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어집니다 세상이 다 젖어버렸는데 내 마음은 너무나 메말라 나를 적셔줄 사람을 찾고 싶어집니다 비가 내리면 내릴수록 세월의 한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나는 갈증이 더 심해집니다 온 세상이 젖을 대로 다 젖고 흘러내릴 대로 다 흘러내리는데 왜 하늘은 사랑을 쏟아내려 주지 않고 비만 쏟아내려 주는 것일까요 장마비가 내릴 때면 외로움이 더 가득해져옵니다 쏟아져 내리는 세찬 빗소리보다 아주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그대와 속삭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