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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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47   2022-08-06 2023-02-27 19:46
274 어떤 주례사
오작교
249   2021-11-12 2021-11-12 20:52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273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50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272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작교
250   2021-11-12 2021-11-12 21:08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271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작교
251   2021-11-12 2021-11-12 20:54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울...  
270 500생의 여우
오작교
251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269 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1:24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268 파블로 카잘스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21:06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잘스>다. 앨버트 E. 칸이 카잘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 나름의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엮어놓은 카잘스의 초상이다. 카잘스...  
267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19:54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 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 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266 청소 불공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0:44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  
265 텅 빈 충만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1:11
오늘 오후 큰절에 우편물을 챙기러 내려갔다가 황선 스님이 거처하는 다향산방(茶香山房)에 들렀었다. 내가 이 방에 가끔 들르는 것은, 방 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성품과 아무 장식도 없는 빈 벽과 텅 빈 방이 좋아서이다. 이 방에는 어떤 방에나 걸려 있음...  
264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1:24
봄앓이를 치르면서 밥해먹기가 귀찮아 며칠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왔다. 한동안 방송이고 신문이고 듣지 않고 보지 않으니, 마음이 그렇게 맑고 투명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요 몇 해 동안 우리는 허구한 날 똑같이 소리 높이 외치고 점거농성하고 짓...  
263 자신의 그릇만큼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19:55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은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츠린 채 봄기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들은 바뀔 것이다. 사...  
262 가랑잎 구르는 소리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21:19
요즘 산길에는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 물든 나뭇잎들이 이내 이울다가 서릿바람에 휘날리며 낙엽이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가랑잎을 밟으면서 산길을 거니노라면 세월의 덧없음을 새삼스레 실감하지 않을 수 ...  
261 자연인이 되어 보라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21:20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260 어떤 생일축하
오작교
261   2021-11-12 2021-11-12 21:13
암자를 비워둔 채 산을 떠나 있다가 꼬박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 사이 두어 차례, 갈아입을 옷가지와 연락하고 챙길 일이 있어 다녀갔었는데, 그때마다 이상하고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10여년 남짓 몸담아 살아온 집인데도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내...  
259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오작교
261   2021-11-12 2021-11-12 21:23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258 마음의 메아리
오작교
261   2021-11-12 2021-11-12 21:25
봄의 꽃자리에 연둣빛 신록이 싱그럽게 펼쳐지고 있는 요즘, 남도(南道)의 절들에서는 차 따기가 한창이다. 옛 문헌에는 곡우(穀雨)를 전후하여 다는 차가 가장 상품이라고 했는데, 우리 조계산에서는 그 무렵이면 좀 빠르고 입하(立夏) 무렵에 첫 차를 다는 ...  
257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오작교
262   2021-11-12 2021-11-12 19:57
지난겨울 이 산중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배우고 익힌 교훈은 한 방울 물의 귀하고 소중함이었다. 눈 고장에 눈이 내리지 않은 삭막한 겨울. 오죽했으면 태백에선가는 기설제(祈雪祭)를 다 지냈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듯, 눈 고장에서는 ...  
256 겨울 자작나무
오작교
262   2021-11-12 2021-11-12 20:01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자연은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데,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남들이 곤히 잠든 이런 시각에 나는 곧잘 깨어 있다. 둘레는 아무 소리...  
255 달빛처럼 푸근하게
오작교
262   2021-11-12 2021-11-12 21:18
추석 연휴 동안 멀리서 찾아온 친지들과 함께 앞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뜰에서 지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연일 맑게 갠 날씨 덕에 어디서나 밝은 달을 대할 수 있었다. 마치 까맣게 잊어버린 옛 친구라도 만난 듯이 그렇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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