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521   2022-08-06 2023-02-27 19:46
135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
오작교
378   2021-11-14 2021-11-14 17:09
입동立冬이 지난 11월의 숲은 가을 잔치를 마치고 텅 비어 있다. 나무들은 겨울을 받아들일 채비를 끝낸 채 묵묵히 서 있다. 첫눈이 내리고 개울가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그런 계...  
134 홀로 있음
오작교
378   2021-11-14 2021-11-14 14:17
겨울철이면 늘 하는 일과인데도 그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일만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도 철따라 비슷비슷한 되풀이인데, 막상 일에 마주치고 보면 처음 겪는 일처럼 새롭기만 하다. 도끼로 얼음장을 깨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을 길어다 쓴다....  
133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7:27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우리 모두 어머니의 위대성에 대해서 거듭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그 누가 되었건 한 생명의 탄생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머니의 희생이 전제됩니다. 모든 생명은 어머니를 거쳐서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러니 우...  
132 연못에 연꽃이 없더라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7:16
요즘 강원도 고랭지에는 감자꽃이 한창이라 더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귀엽게 피어난 그 꽃과 은은한 향기에 반쯤 취할 때가 있다. 감자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나는 고장에 와 지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감자를 먹을 때 그 꽃과 향기도 함께 음미할...  
131 뒷모습
오작교
375   2021-11-13 2021-11-13 08:43
요즘에도 그런 체벌(體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유년시절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떠는 개구쟁이들은 곧잘 교단 앞에 불려나가 걸상을 들고 한참씩 서 있다가 들어오는 이이 있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은 유달리 칠판을 향해 돌아서 있으라는 ...  
130 종교와 국가권력
오작교
374   2021-11-14 2021-11-14 17:21
여기저기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때는 분명 봄이로구나‘다. 꽃들은 시새우지 않고 자신이 지닌 빛깔과 향기와 그 모습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벚꽃은 벚꽃답게 피어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꽃을 피움으로써...  
129 살아남은 자
오작교
374   2021-11-14 2021-11-14 16:55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  
128 등잔불 아래서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7:12
겨울 안거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며칠 동안 어정거리다가 돌아왔다. 전등불이 밝은 데서는 어쩐지 몰랐는데, 다시 등잔과 촛불을 켜게 되니 이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문명의 이기란 편리하다. ...  
127 바람부는 세상에서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4:09
지난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제를 쳐내는 데 쓰...  
126 순수한 모순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6:53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던가. 그래 그런지, 얼마 전 가까이 있는 보육원에 들렀더니 꽃가지마다 6월로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몇 그루를 얻어다 우리 방 앞뜰에 심었다. 단조롭던 뜰에 생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노라면 모차르트의 청렬...  
125 시간 밖에서 살다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4:07
삼복더위에 별고 없는가. 더위에 지치지나 않았는가. 더위를 원망하지 말라. 무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가을바람 속에서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맛이 든다. 이런 계절의 순환이 없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삶을 ...  
124 가을편지
오작교
372   2021-11-13 2021-11-13 08:40
바깥세상 돌아가는 꼴이 재미없어 방안 일에 마음 붙이려고 도배를 했다. 이 산으로 옮겨온 후 꼭 5년 만에 다시 도배를 하게 된 것이다. 일 벌리기 머리 무거워 어지간하면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고서(古書)에서 생겨난 좀이 많아 한지로 바른 먹이며 천...  
123 채우는 일과 비우는 일
오작교
372   2021-11-13 2021-11-13 08:31
며칠 전 광주(光州)에 있는 한 산업체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강연을 하고 5시 1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단하던 참이라 잠을 좀 잤으면 싶었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놈의 운동경기 중계 때문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80년대에 들어서 ...  
122 풍요로운 아침
오작교
372   2021-11-09 2021-11-09 16:55
산중에는 고요와 거룩함이 있다. 특히 아침나절의 산은 더욱 아름답고 신선하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숲 향기와 밤새 내린 이슬기가 배어 있다. 이와 같은 신선한 아침을 잘 맞이할 수 있어야 그날 하루의 삶도 알차다. 이 거룩한 시간을 신문이나 방송 등 ...  
121 흙방을 만들며
오작교
371   2021-11-14 2021-11-14 14:04
올 봄에 흙방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도자기를 빚는 이당거사의 호의로 흙벽돌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산골에 얼음이 풀리자 실어왔다. 4월 한 달을 꼬박 방 한 칸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산 아래 20리 밖에 사는 성실한 일꾼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했...  
120 맑은 물을 위해 숲을 가꾸자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7:19
한참 장작을 팼더니 목이 말랐다. 개울가에 나가 물을 한바가지 떠 마셨다. 이내 갈증이 가시고 새 기운이 돌았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생수는 갈증을 달래줄 뿐 아니라 소모된 기운을 북돋워 준다. 이 시원한 생수를 어찌 가게에서 파는 달착지근한 청량...  
119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오작교
370   2021-11-13 2021-11-13 09:48
봄을 지나 여름으로 건너가는 5월 마지막 주, 흰 구름 몇 개가 떠다니는 화창한 날씨 속에 하안거 결제법회가 열렸다. 스님은 “이 5월, 절에 행사가 너무 많아 제가 주주 나타나서 피차 신선감이 덜합니다.”라는 인사말로 법문을 시작했고, 그 말...  
118 중노릇하면서 빛만 많이 졌다
오작교
370   2021-11-13 2021-11-13 09:05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이자 양력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인 이날, 새벽부터 이슬비가 뿌리고 아트막한 산들에는 연무가 어렸다. 법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무더워졌다. 법당 양옆에는 한여름 더위를 조소하듯 주황색 능소화가 만발했다. 법문 시...  
117 우리 풍물(風物)을 지키라
오작교
370   2021-11-13 2021-11-13 08:29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얼마 후, 시골에서 닷새마다 한번씩 서는 장을 없애겠다는 말이 당국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시골의 장이 비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고 해서이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었다. 없앨 것을 없애지, ...  
116 모두가 혼자
오작교
369   2021-11-14 2021-11-14 16:30
이따금 겪는 일인데, 그때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에 부푼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리 연못의 금붕어를 생각하여 비스킷 같은 걸 사들고 가게를 나설 때, 마음 한구석에 맑은 샘물이 흐른다. 세상에서는 이런 걸 가리켜 부성애(父性愛)라 하는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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