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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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262   2022-08-06 2023-02-27 19:46
275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작교
254   2021-11-12 2021-11-12 20:59
예전에는 시인(是認)이란 직종이 따로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를 읊고 지었다. 제대로 된 선비(그 시절의 지식인)라면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양이었다. ‘승려 시인’이란 말도 예전에는 ...  
274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오작교
255   2021-11-12 2021-11-12 20:54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울...  
273 바라보는 기쁨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0:51
산중에 갇혀서 살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국이 없는 밥상을 대했을 때처럼 뻑뻑한 그런 느낌이다. 오두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아득히 멀고 드넓은 끝없는 바다.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 훤칠한 바다....  
272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1:08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271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오작교
259   2021-11-12 2021-11-12 19:54
요즘 고랭지에서는 가는 곳마다 감자꽃이 한창이다. 드넓은 밭에 가득가득 피어 있는 단일 작물의 꽃은 이런 고랭지 아니면 보기 드문 볼만한 풍경이다. 감자꽃은 보랏빛과 흰빛 두 가지인데 그중에도 노랑 꽃술을 머금고 있는 흰 꽃이 돋보인다. 또 여기저기...  
270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59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269 500생의 여우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268 청소 불공
오작교
262   2021-11-12 2021-11-12 20:44
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 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  
267 얼음 깨어 차를 달이다
오작교
263   2021-11-12 2021-11-12 19:57
지난겨울 이 산중에서 온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배우고 익힌 교훈은 한 방울 물의 귀하고 소중함이었다. 눈 고장에 눈이 내리지 않은 삭막한 겨울. 오죽했으면 태백에선가는 기설제(祈雪祭)를 다 지냈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듯, 눈 고장에서는 ...  
266 텅 빈 충만
오작교
263   2021-11-12 2021-11-12 21:11
오늘 오후 큰절에 우편물을 챙기러 내려갔다가 황선 스님이 거처하는 다향산방(茶香山房)에 들렀었다. 내가 이 방에 가끔 들르는 것은, 방 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성품과 아무 장식도 없는 빈 벽과 텅 빈 방이 좋아서이다. 이 방에는 어떤 방에나 걸려 있음...  
265 자신의 그릇만큼
오작교
264   2021-11-12 2021-11-12 19:55
올해는 봄이 더디다. 이곳 산중은 엊그제가 춘분인데도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아 잔뜩 움츠린 채 봄기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꽃바람이 올라오면 얼음이 풀리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바뀔 것들은 바뀔 것이다. 사...  
264 자연인이 되어 보라
오작교
264   2021-11-12 2021-11-12 21:20
요 며칠 동안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오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까칠해 있었는데. 이번에 내린 비로 땅에 물기가 스미고 나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뻑뻑했던 내 속뜰도 촉촉이 젖어 드는 것 같...  
263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오작교
264   2021-11-12 2021-11-12 21:23
오전 중에 청년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그들도 좋은 말씀을 듣고 싶어 왔다고 했다. 나는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우선 그 좋은 말씀에서 해방되라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262 겨울 자작나무
오작교
265   2021-11-12 2021-11-12 20:01
자다가 저절로 눈이 떠진다. 어김없이 새벽 한 시에서 한 시 반 사이. 이때 내 정신은 하루 중에서도 가장 맑고 투명하다. 자연은 사람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데,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남들이 곤히 잠든 이런 시각에 나는 곧잘 깨어 있다. 둘레는 아무 소리...  
261 파블로 카잘스
오작교
265   2021-11-12 2021-11-12 21:06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잘스>다. 앨버트 E. 칸이 카잘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 나름의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엮어놓은 카잘스의 초상이다. 카잘스...  
260 새벽길에서
오작교
266   2021-11-12 2021-11-12 21:26
불일암에 살 때는 따로 산책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었다. 아무 때고 마음 내키면 숲으로 뚫린 길을 따라 나서면 되고, 멀리 펼쳐진 시야를 즐기고 싶으면 뒷산이나 앞산의 봉우리에 오르면 되었다. 혼자서 터덕터덕 숲길을 거닐거나 봉우리에 올라 멀리 바라보...  
259 예절과 신의가 무너져간다
오작교
267   2021-11-12 2021-11-12 21:24
산수유와 매화가 먼저 꽃을 피우더니 요즘 온 산천에는 진달래꽃이 만발이다. 어디를 가나 봄철에 꽃을 피울 만한 화목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닌 가장 고운 혼의 빛깔을 뿜어내느라고 울긋불긋 눈부신 생명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축대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258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오작교
267   2021-11-12 2021-11-12 21:24
봄앓이를 치르면서 밥해먹기가 귀찮아 며칠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왔다. 한동안 방송이고 신문이고 듣지 않고 보지 않으니, 마음이 그렇게 맑고 투명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요 몇 해 동안 우리는 허구한 날 똑같이 소리 높이 외치고 점거농성하고 짓...  
257 마음의 메아리
오작교
268   2021-11-12 2021-11-12 21:25
봄의 꽃자리에 연둣빛 신록이 싱그럽게 펼쳐지고 있는 요즘, 남도(南道)의 절들에서는 차 따기가 한창이다. 옛 문헌에는 곡우(穀雨)를 전후하여 다는 차가 가장 상품이라고 했는데, 우리 조계산에서는 그 무렵이면 좀 빠르고 입하(立夏) 무렵에 첫 차를 다는 ...  
256 입 다물고 귀를 귀울이라
오작교
269   2021-11-12 2021-11-12 21:14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樹液)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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