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260   2022-08-06 2023-02-27 19:46
215 삶에 저항하지 말라
오작교
309   2021-11-09 2021-11-09 16:42
모란이 무너져 내리고 난 빈 자리에 작약이 피고 있다. 선연한 꽃빛깔과 그 자태가 사람의 발길을 자꾸 가까이 끌어당긴다. 5년 전 고랭지에 피어 있는 작약을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 농원에 가서 백 그루를 사다 심었었다. 그런데 그해에 잠시 집을 비운 사...  
214 거꾸로 보기
오작교
309   2021-11-13 2021-11-13 08:38
침묵의 숲이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깨어나고 있다. 뒤꼍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느라고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자주 들리고, 산비둘기들의 구우구우거리는 소리가 서럽게 서럽게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숲을 찾아오는 저 휘파람새, 할미새가...  
213 과속문화에서 벗어나기
오작교
310   2021-11-09 2021-11-09 17:14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연 나 자신답게 살아왔는지를 묻는다. 잘 산 한 해였노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많은 이웃들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보답을 했는지 되돌아...  
212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오작교
311   2021-11-13 2021-11-13 09:50
해마다 이맘때, 햇차가 나올 무렵이면 산에는 꾀꼬리가 찾아온다. 스님은 “꾀꼬리 소리 들으면서 햇차를 마시면 차 맛이 향기롭다.”는 말로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 법문을 시작했다. 절 마당 가득히, 키 큰 느티나무 위에도 연등들이 걸리고, ...  
211 상면
오작교
312   2021-11-14 2021-11-14 16:55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스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  
210 홀로 걸으라, 행복한 이여
오작교
314   2021-11-09 2021-11-09 17:13
산중에 살면서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보다도 우선 책이다. 홀로 지내면서도 무료하거나 적적하지 않은 것은 좋은 친구인 책들이 내 둘레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나에게 삶의 기쁨과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나를 안으로 여물게 한다. 그...  
209 삶의 기술
오작교
315   2021-11-09 2021-11-09 17:01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스승의 대답 “시간 낭비하지 말라, 네가 숨이 멎어 무덤 속에 들어가거든 그때 가서 실컷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거라. 왜 지금 삶을 제쳐 두고 죽음에 신경을 쓰는가. 일...  
208 예(禮)와 비례(非禮)
오작교
315   2021-11-13 2021-11-13 08:15
육조 혜능 선사의 법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어떤 스님이 찾아와 절을 하는데 건성으로 머리만 숙였지 공손한 태도라고는 전혀 없었다. 형식적으로 고개만 꾸벅 했을 뿐, 인사를 드리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겸손과 공경심이란 전혀 없는 뻣뻣한 자세...  
207 미리 쓰는 유서
오작교
315   2021-11-14 2021-11-14 16:49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지레 죽은 사람이라면 의견서(유서)라도 첨부되어야겠지만, 제 명대로 살만치 살다가 가는 사람에겐 그 변명이 소용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마...  
206 영원한 산
오작교
315   2021-11-14 2021-11-14 16:52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이 산에 살면서 지나온 저 산을 그리고나 말만 듣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산을 생각한다. 사전에서...  
205 섣달 그믐밤
오작교
315   2021-11-14 2021-11-14 16:59
임신년 한해가 끝나는 섣달 그믐날, 지나온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오늘밤처럼 멋지고 호사스런 그믐밤은 내 생애에서 일찍이 없었다. 이 오두막에 들어와 머문 지 꼬박 아홉 달이 되는데, 특히 이 겨울철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이다. 오늘 아침도 영하 13도가 ...  
204 나무ㅏ 아래에 서면
오작교
318   2021-11-14 2021-11-14 16:29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정정한 나무 아래 서면 사람이 초라해진다. 수목(樹木)이 지니고 있는 그 질서와 겸허와 자연에의 순응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부끄러워진다. 사람은 나무한테서 배울게 참으로 많은 것 같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가지 끝에서 ...  
203 식물도 알아 듣는다
오작교
319   2021-11-14 2021-11-14 16:58
난(蘭)이 한 분 나와 함께 겨울을 나고 있다. 안거에 들어가기 전 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도반(道伴)이, 빈 산에 홀로 지낼 것을 생각해서 말벗이라도 하라고 기왕에 있던 분에서 포기가름을 해서 안겨준 것이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방안에 화분...  
202 당신은 조연인가 주연인가
오작교
319   2021-11-14 2021-11-14 17:06
장마철에 별고들 없는지. 해마다 치르는 계절적인 일이지만 겪을 때마다 새롭게 여겨지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겪는 현재의 삶이 그만큼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개울물이 줄어들만하면 다시 비가 내려 그 자리를 채워주고, 넘치게 되면 날이 들어 스스...  
201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작교
320   2021-11-09 2021-11-09 17:05
예년 같으면 5월에 내리는 고랭지의 서리가 두려워 채소 모종을 6월에 들어서 심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과감하게 5월 소순에 심었다. 지구 온난화를 예상해서였다. 간밤(5월 18일)에 우박이 좀 내리긴 했지만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모종들은 말짱했다. 고...  
200 출가(出家)
오작교
320   2021-11-14 2021-11-14 16:35
어제부터 숲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차게 지나는 바람소리가 해안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숲길에는 낙엽이 흥건히 쌓여 있으리라. 잎이 져버리면 빈 가지들만 초겨울의 하늘 아래 허허로이 남을 것이다. 가지를 떠난 잎들은 어디로 향할까? 바람에 여...  
199 일에서 이치를
오작교
321   2021-11-14 2021-11-14 16:30
두어 달 전에 출가 수도하겠다고 들어왔던 사람이 오늘 아침 하산(下山)을 했다. 그의 말인즉, 일이 고되어 견딜 수가 없으니 내려가야겠다는 것이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들지 말라고 했으니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그는 수도생활이 솔바람소리...  
198 그대 자신이 더위가 되라
오작교
322   2021-11-13 2021-11-13 08:21
장마철이라 하루도 뻔한 날이 없이 빗줄기가 지나갑니다. 잠결에 장 밖 파초 잎에 후드득거리는 빗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산봉우리에는 연일 짙은 비구름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끈적거리는 이 삼복더위가 다 귀찮고 불필요한 것 같지만, ...  
197 산을 그린다
오작교
322   2021-11-14 2021-11-14 16:33
요즘처럼 세상이 재미없을 때 우리가 선뜻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저만치 있는 산이다. 산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온갖 새와 짐승들이 천연스럽게 뛰놀고 시원한 바람도 가지 끝에서 불어온다.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 향기, 그리고 태...  
196 출가記
오작교
324   2021-11-13 2021-11-13 08:41
며칠 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솔을 옷이 흠뻑 젖어 찾아온 20대의 청년을 보자 선뜻 출가 희망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긴장된 표정과 말이 없는 그의 거동에서 ‘전과자’인 나는 그가 찾아온 까닭을 곧 감지할 수 있었다. 자기 하나의 무게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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