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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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044   2022-08-06 2023-02-27 19:46
294 버리고 떠나기
오작교
52   2024-06-05 2024-06-05 13:57
지난달에도 나는 책을 열두 상자나 치워버렸다. 책의 더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도서관으로 보냈다. 일상적인 내 삶이 성이 차지 않거나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나는 내가 가진 소유물들을 미련 없이 정리 정돈한다. 소유물이...  
293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오작교
217   2021-11-12 2021-11-12 20:57
어느 날 길상사에서 보살님 한 분이 나하고 마주치자 불쑥, “스님이 가진 염주 하나 주세요”라고 했다. 이틀 후 다시 나올 일이 있으니 그때 갖다 드리겠다고 했다. 이틀 후에 염주를 전했다. 그때 그 일이 며칠을 두고 내 마음을 풋풋하게 했다....  
292 책에 읽히지 마라
오작교
224   2021-11-12 2021-11-12 21:01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니, 책 읽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다. ‘책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독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교훈이다. 학교 교육도 따지고 보면 책 읽은 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  
291 우리가 살만한 곳은 어디인가
오작교
225   2021-11-12 2021-11-12 20:50
한곳에서 12년을 살다 보니 무료해지려고 했다. 내 인생의 60대를 이 오두막에서 보낸 셈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사람 없는 곳에서 한두 철 지내려던 것이 어느새 훌쩍 열두 해가 지났다. 돌아보면, 한 생애도 이렇듯 꿈결처럼 시냇물처럼 덧없이 흘러...  
290 水流花開
오작교
225   2021-11-12 2021-11-12 21:06
산 위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산 아래 양지쪽에만 물든 잎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해질녘 뜰에 내리는 산그늘이 썰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정랑(淨廊)을 새로 짓느라고 한동안 바빴다. 변소를 절에서는 예전부터 정랑이라고 부른다. 산을 바라볼 겨를도 없...  
289 베게잇을 꿰매며
오작교
226   2021-11-12 2021-11-12 20:56
베갯잇을 꿰맸다. 여름 동안 베던 죽침이 선득거려 베개를 바꾸기 위해서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이 달라졌다.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겹고 무더운 여름도 이제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한다. 산자락에 마타리가 피고 싸리꽃이 ...  
288 태풍 속에서
오작교
226   2021-11-12 2021-11-12 21:02
해마다 한두 차례씩 겪는 일이지만, 며칠 전 태풍 ‘베라’가 지나갈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농경지나 가옥의 침수와 매몰이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그런 태풍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  
287 그림자 노동의 은혜
오작교
228   2021-11-12 2021-11-12 20:58
혼자서 먹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때로는 머리 무거운 일인데 여럿이 모여 사는 대가족의 경우는 음식 만드는 일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큰일이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한다. 주부들이...  
286 임종게와 사리
오작교
231   2021-11-12 2021-11-12 21:00
한 생애를 막음하는 죽음은 엄숙하다. 저마다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므로 타인의 죽음을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그만의 죽음이기 때문에 그만큼 엄숙하다. 일찍부터 선가에서는 ‘마지막 한마디’(이를 임종게 또는 유게라고 한다)를 남기는 ...  
285 녹슬지 않는 삶
오작교
234   2021-11-12 2021-11-12 20:53
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대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  
284 첵디은 첵
오작교
235   2021-11-12 2021-11-12 19:54
지난 초봄, 볼일이 있어 남쪽에 내려갔다가 저잣거리에서 우연히 아는 스님을 보았다. 만난 것이 아니라 본 것이다. 이 스님은 내가 불일암 시절부터 가까이 지낸 사이인데 몇 해 전 길상사를 거쳐 간 후로는 그 거처도, 소식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내 마음...  
283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작교
238   2021-11-12 2021-11-12 20:59
예전에는 시인(是認)이란 직종이 따로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를 읊고 지었다. 제대로 된 선비(그 시절의 지식인)라면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양이었다. ‘승려 시인’이란 말도 예전에는 ...  
282 겨울 채비를 하다
오작교
239   2021-11-12 2021-11-12 19:55
요 몇 해 사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중의 겨울 살림살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다. 눈 고장에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고 강추위가 잇따르면 무엇보다도 식수원인 개울이 얼어붙어 물을 구할 수 없다. 혹독한 추위일지라도 눈이 내려 쌓이면 이를 ...  
281 좋은 말씀을 찾아
오작교
239   2021-11-12 2021-11-12 20:50
지난 4월 길상사의 법회 때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내 속은 청 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쏟아 놓고 나면 발가벗은 내 몰골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혼자서 나무 아래 앉아 있거나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개울물 소리를 듣고 싶다. 굳이 ...  
280 지금이 바로 그때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19:56
승가에 결제, 해제와 함께 안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결제 기간과 해제 기간은 상호 보완한다. 결제만 있고 해제가 없다면 결제는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해제만 지속된다면 안거 또한 있을 수 없다. 여름철 결제일인 음...  
279 차 덕는 향기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20:56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차 맛이 떨어진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정리하다가 까맣게 잊어버린 차 덖는 프라이팬을 찾아냈다. 자루에 ‘차 전용’이라고 표시까지 해 놓은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차 덖는 기구를 본 ...  
278 아궁이 앞에서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19:52
절에 들어와 내게 주어진 최초의 소임은 부목(負木)이었다. 땔감을 담당하는 나무꾼인 셈이다. 이 소임은 행자 시절 은사께서 내게 내린 출세간의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도 절에서 맨 처음 본 소임이 부목이라고 하셨다. 1950년대 통영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277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오작교
243   2021-11-12 2021-11-12 20:55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랫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  
276 500생의 여우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275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00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송강 정철의 시조인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어리어 다리 위를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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