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90   2022-08-06 2023-02-27 19:46
75 차(茶) 이야기
오작교
426   2021-11-14 2021-11-14 17:28
요 며칠 동안 내 산거(山居)에는 사나운 풍신(風神)이 내려와 둘레를 온통 할퀴고 갔다. 그 바람에 산죽(山竹)을 엮어 덮어 놓은 뒷간의 이엉이 벗겨져 흩어졌다. 또 일거리를 장만해 주고 간 것이다. 바람도 산들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느긋하게 하...  
74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오작교
429   2021-11-13 2021-11-13 09:00
겨울이 아니라 해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모두의 마음이 움츠러든 이날,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맞아 스님은 옛 선사의 말을 빌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고 했다. 그것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라...  
73 마하트마 간디의 오두막
오작교
429   2021-11-14 2021-11-14 17:33
가을을 재촉하는 밤 소나기 소리에 자다가 깼다. 개울가에는 벌써부터 울긋불긋 잎이 물들기 시작이다. 물가의 차가운 기운 때문에 산중턱보다 일찍 단풍이 든다. 양철지붕에 비 쏟아지는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지붕의 자재로 양철(함석)은 부적합하다. 그러...  
72 사람의 자리를 지켜라 1
오작교
431   2021-11-13 2021-11-14 17:04
얼마 전 큰절 원주스님이 광주로 장보러 가는 길을 구경삼아 따라가 본 일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가 맨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채소와 과일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대 문득 떠오른 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먹고 사는구나 하...  
71 숲에서 배운다
오작교
431   2021-11-14 2021-11-14 16:15
산을 떠나 6, 7년 시정(市井)의 절간에서 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얻은 것이라면 이 어지러운 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세상 물정을 몸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잃은 것은 내 안에 지녔던 청청한 빛이 조금씩 바래져 갔던 점...  
70 너는 누구냐
오작교
431   2021-11-14 2021-11-14 17:31
감기를 치르고 났더니 맛과 냄새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오랜만에 미역국을 끊여 먹었지만 간이 짠지 싱거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대로 맑은 아침, 건너 숲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광주 한국제다에서 보내온 햇차 '감로(甘露)'를...  
69 친절하고 따뜻하게
오작교
435   2021-11-14 2021-11-14 17:30
송나라의 선승(禪僧) 차암 수정(此庵守靜)은 이와 같이 읊었다. 개울물이 산 아래로 내려감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한 조각 구름 마을에 드리움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함이라 세상 살아가는 일 이 구름과 물 같다면 무쇠나무에 꽃이 피어 온 누리에 ...  
68 탁상시계 이야기
오작교
439   2021-11-14 2021-11-14 16:43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경우, 서투르고 서먹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36억인가 하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우선 만났다는 그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  
67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오작교
439   2021-11-14 2021-11-14 17:36
해가 지기 전에 램프의 등피(燈皮)를 닦았다. 등피란 말이 사전에나 실려 있을 정도로 이제는 귀에 선 말이 되었지만, 내게는 아직도 심지와 함께 익숙하다. 추운 겨울철이라 외풍에 펄럭거리는 촛불보다는 램프불이 아늑하고 정답다. 요즘은 아무리 깊은 산...  
66 허균의 시비 앞에서
오작교
441   2021-11-14 2021-11-14 16:06
서쪽 창으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고 장다운 11월, 창밖으로 가랑잎 휘몰아 가는 바람소리가 내 손등의 살갗처럼 까슬까슬하다. 숲에 빈 가지가 늘어가고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바빠진다. 아궁이와 난로에 지필 장작을 패서 처마 밑에 들이...  
65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오작교
443   2021-11-14 2021-11-14 16:54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  
64 새로 바른 창 아래서
오작교
445   2021-11-14 2021-11-14 17:32
어제는 창문을 발랐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해서 바람기도 없고 햇볕이 따뜻해 잘 말랐다. 여느 때 같으면 대개 추석 전에 창문을 바르는데, 올해는 그 무렵에 연일 날씨가 궂어 시기를 넘기고 말았다. 혼자서 창문을 바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차분하고 느긋...  
63 흥겹고 멋진 음악처럼
오작교
446   2021-11-14 2021-11-14 17:35
얼어붙은 개울에서 도끼로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다가 장작난로 위에 물통을 올려 놓으니 물방울 튀기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뜨겁고 차가운 것끼리 서로 부딪치며 밀어내는 소리지요. 한 집안이나 일터에서도 구성원들끼리 성격과 취향이 맞지 않으면 이런 마...  
62 가을에는 차 맛이 새롭다
오작교
456   2021-11-14 2021-11-14 16:10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 기운에 밀려갔다. 요즘 산중의 가을 날씨는 ‘이밖에 무엇을 더 구하랴’싶게 산뜻하고 쾌적하다. 가을 날씨는 자꾸만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산자락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좁쌀알 같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던...  
61 신선한 아침을
오작교
458   2021-11-14 2021-11-14 17:31
신선한 아침입니다. 간밤에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가더니 풀잎마다 구슬 같은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나뭇가지 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투명한 초록으로 빛을 발합니다. 세상이 새로 열린 듯한 이런 아침은 일찍 깨어난 살아 있는 것들만이 누릴 수 있는 ...  
60 그 여름에 읽은 책
오작교
472   2023-04-27 2023-04-27 15:36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못 받아놓고들 있지만 사실 가을은 독서하기에 가장 부적당한 계절일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청청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엷어가는 수목의 그림자가 우리를 먼 나그넷길로 자꾸만 불러내기 때문이다.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서 책장이나 뒤...  
59 일기일회(一期一會)
오작교
482   2021-11-13 2021-11-13 09:03
법문을 들으러 모인 천진한 아이들처럼 코스모스와 벌개미취가 법당 앞 화단에서 서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가을날, 법회에 앞서 스님은 가까운 이들과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야운 선사의 <자경문>에 나오는 구절 “삭비지조(數飛之鳥)는 홀유이망지앙(忽...  
58 얼마만큼이면 만족할 수 있을까
오작교
482   2021-11-14 2021-11-14 17:35
여름철 그토록 무성하던 잎들은 서릿바람에 다 지고, 빈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묵묵히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묵은 잎을 떨쳐버리지 않고는 새잎을 펼쳐 낼 수 없는 이 엄숙한 생명의 원리를 지켜보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둘레를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우...  
57 직업인가 천직인가
오작교
484   2021-11-14 2021-11-14 17:29
무슨 서류를 만들 때 직업란을 두고 나는 망설일 때가 더러 있다. 생계를 위해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한다면, 내가 생계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선뜻 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무직' 이라고 써 넣기도 그렇고...  
56 차나 마시고 가게
오작교
494   2021-11-14 2021-11-14 16:20
한겨울 산중에는 불 때고 끓여 먹고 좌성하는 일이 주된 일과다. 몽고지방에 중심을 둔 한랭한 고기압이 끈덕지게 확장하던 그 무렵, 독(獨)살이에서 흔히 빠져들기 쉬운 게으름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참 혼이 났었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아무래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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