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90   2022-08-06 2023-02-27 19:46
195 모두가 혼자
오작교
318   2021-11-14 2021-11-14 16:30
이따금 겪는 일인데, 그때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야릇한 기분에 부푼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리 연못의 금붕어를 생각하여 비스킷 같은 걸 사들고 가게를 나설 때, 마음 한구석에 맑은 샘물이 흐른다. 세상에서는 이런 걸 가리켜 부성애(父性愛)라 하는지 모...  
194 산을 그린다
오작교
318   2021-11-14 2021-11-14 16:33
요즘처럼 세상이 재미없을 때 우리가 선뜻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저만치 있는 산이다. 산에는 울창한 수목이 자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온갖 새와 짐승들이 천연스럽게 뛰놀고 시원한 바람도 가지 끝에서 불어온다.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 향기, 그리고 태...  
193 겨울을 보내면서
오작교
319   2021-11-13 2021-11-13 08:54
엊그제 정월 보름날로 90일 간의 겨울철 안거(安居)가 끝났다. 이곳 불일암에 와서 여덟 번째로 지낸 겨울 안거다. 78년 벙어리가 된 채 묵언(黙言)으로 지내던 그 겨울과 지난겨울이 내게는 고마운 시절로 여겨진다. 지금껏 수많은 안거를 치렀지만 그때마다...  
192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오작교
319   2021-11-13 2021-11-13 09:48
봄을 지나 여름으로 건너가는 5월 마지막 주, 흰 구름 몇 개가 떠다니는 화창한 날씨 속에 하안거 결제법회가 열렸다. 스님은 “이 5월, 절에 행사가 너무 많아 제가 주주 나타나서 피차 신선감이 덜합니다.”라는 인사말로 법문을 시작했고, 그 말...  
191 우리 인성이 변해간다
오작교
320   2021-11-12 2021-11-12 21:19
인물을 주로 다루는 사진작가 한 분이 찾아와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일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데, 그때 말이 ‘한국인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어떤 영감의 심지에 ...  
190 조조할인
오작교
320   2021-11-14 2021-11-14 16:48
지난 일요일, 볼일로 시내에 들어갔다가 극장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사진을 보고, 시민들은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의 뙤약볕 아래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측은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먼 ...  
189 적게 가지라
오작교
320   2021-11-14 2021-11-14 17:17
지대가 높은 이곳 두메산골은 청랭한 대기 속에 가을 기운이 번지기 시작한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붉나무가 붉게 물들고 개울가에는 용담이 말쑥하게 보랏빛 꽃을 머금고 있다. 산자락에도 들국화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오른다. 설렁설렁 불어오는 가을바...  
188 눈 고장에서
오작교
321   2021-11-14 2021-11-14 16:57
며칠째 눈에 갇혀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다. 남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지무지하게 눈이 내리고, 내리는 양만큼 그대로 쌓인다. 눈 구경이란 한가한 사람들이 할 일이고, 눈 속에 묻혀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길...  
187 종점에서 조명을
오작교
322   2021-11-14 2021-11-14 16:40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잇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  
186 겨울숲
오작교
323   2021-11-13 2021-11-13 08:47
겨울바람에 잎이랑 열매랑 훨훨 떨쳐버리고 빈 가지만 남은 잡목숲. 가랑잎을 밟으며 석양에 이런 숲길을 거닐면, 문득 나는 내 몫의 삶을 이끌고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를 헤아리게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그 세...  
185 봄나물 장에서
오작교
323   2021-11-14 2021-11-14 17:13
연일 바람이 분다. 까슬까슬한 바람이 살갗을 뚫고 뼛속에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3월에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4월이 다 가야 수그러든다고 이 고장 사람들은 말한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휘감아 불어오는 남도의 부드러운 그런 봄바람이 아니라, ...  
184 묵은 편지 속에서 1
오작교
323   2024-02-26 2024-02-26 11:17
이곳 두메산골에서 지내니 편지를 보낼 일도 없고 받을 일도 없다. 이 오두막이 행정구역상 어디에 소속되는지 아직도 나는 모르고 지낸다. 따라서 우편집배원이 찾아올 일도 없고 내가 우체국을 찾아갈 일도 없다. 이따금 소용되는 물건이나 옷가지를 챙기러...  
183 시간 밖에서 살다
오작교
325   2021-11-14 2021-11-14 14:07
삼복더위에 별고 없는가. 더위에 지치지나 않았는가. 더위를 원망하지 말라. 무더운 여름이 있기 때문에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그 가을바람 속에서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맛이 든다. 이런 계절의 순환이 없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삶을 ...  
182 우리 풍물(風物)을 지키라
오작교
326   2021-11-13 2021-11-13 08:29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얼마 후, 시골에서 닷새마다 한번씩 서는 장을 없애겠다는 말이 당국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었다. 그 이유인즉 시골의 장이 비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고 해서이다. 그 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었다. 없앨 것을 없애지, ...  
181 인디언 '구르는 천둥'의 말
오작교
326   2021-11-14 2021-11-14 14:06
여기저기서 꽃이 피고 잎이 열린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귀에 익은 새소리들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난다. 자연의 질서, 순환의 흐름은 이렇듯 어김없다. 먼지와 소음과 온갖 공해로 뒤덮인 번잡한 길거리에서, 그래도 철을 어기지 않고 꽃과 잎을 펼쳐 보이는 ...  
180 중노릇하면서 빛만 많이 졌다
오작교
328   2021-11-13 2021-11-13 09:05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이자 양력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인 이날, 새벽부터 이슬비가 뿌리고 아트막한 산들에는 연무가 어렸다. 법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비가 그치고 날이 무더워졌다. 법당 양옆에는 한여름 더위를 조소하듯 주황색 능소화가 만발했다. 법문 시...  
179 해도 너무들 한다
오작교
329   2021-11-14 2021-11-14 16:21
사람이 살 만치 살다가 인연이 다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유일한 증거로서 차디찬 육신을 남긴다. 혼이 나가버린 육신을 가리켜 어감은 안 좋지만 시체(屍體)라고 부른다. 육신을 흔히 영혼의 집이니 그림자이니, 그럴듯하게 표현하고들 있지만 평소에는 그...  
178 겨우살이 이야기
오작교
329   2021-11-14 2021-11-14 17:11
내 오두막에는 유일한 말벗으로 나무로 깎아 놓은 오리가 한 마리 있다. 전에 살던 분이 남겨 놓은 것인데 목을 앞으로 길게 뽑고 있는 것이 그 오리의 특징이다. 누구를 기다리다 그처럼 목이 길어졌을까. 방 안 탁자 위에서 창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 그야...  
177 떠오르는 두 얼굴
오작교
330   2021-11-14 2021-11-14 17:07
여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마루에서 지냈다. 밤에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방을 쓰지 않았다. 천장이 낮고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방은 여름을 지내기에는 답답하다. 나 혼자서 사는 오두막이라 남의 시선이 없어 정장을 할 필요가 없다. 헐렁한...  
176 흙방을 만들며
오작교
333   2021-11-14 2021-11-14 14:04
올 봄에 흙방을 하나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 도자기를 빚는 이당거사의 호의로 흙벽돌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산골에 얼음이 풀리자 실어왔다. 4월 한 달을 꼬박 방 한 칸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산 아래 20리 밖에 사는 성실한 일꾼 두 사람과 함께 일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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