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219   2022-08-06 2023-02-27 19:46
75 내가 사랑하는 생활
오작교
294   2021-11-14 2021-11-14 17:10
눈이 내리려는지 먹구름이 낮게 내려앉고 골짝에서는 차가운 기류가 올라오고 있다. 서둘러 읍내 철물점에 가서 눈을 치우는 가래를 하나 사왔다. 이곳은 눈 고장이라 다른 데에 없는 연장들이 있다. 손잡잇감이 마땅치 않아 손수 만들지 않고 가게에서 사온 ...  
74 10년을 돌아보며
오작교
292   2021-11-12 2021-11-12 21:31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여름 한철을 지내고 나면 심신의 진이 빠진다. 기진맥진, 그야말로 기도 진하고 맥도 진한다. 수련회다 뭐다 해서 거의 날마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두어 차례씩 아랫절에 오르내리느라 땀을 흘려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 휴가철...  
73 우물쭈물 하다가는
오작교
291   2021-11-09 2021-11-09 17:12
며칠 전 길상사에 나갔더니 내게 온 우편물 속에 ‘노인 교통수당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노인 복지법 제26조(경로 우대)에 의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일정액의 교통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귀하도 주...  
72 침묵에 기대다
오작교
290   2021-11-12 2021-11-12 21:27
가을바람이 선들거리면 불쑥불쑥 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산거(山居)를 지키고 있기가 어렵다. 그리고 맨날 똑같은 먹이와 틀에 박힌 생활에 더러는 염증이 생기려고 한다. 다른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다가도 해마다 10월 하순께가 되면 묵은 병이 도...  
71 자신에게 알맞는 땅을
오작교
290   2021-11-09 2021-11-09 16:57
며칠 전 불일암에 다녀왔다. 무덥고 지루하고 짜증스런 이 여름을 혼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길을 떠났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남쪽은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였다. 내려가던 그날도 폭우가 쏟아져 무시로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주행해야 했다. 그 장...  
70 때깔 좋은 도자기를 보면
오작교
288   2021-11-09 2021-11-09 17:09
겨울 안거를 마친 바로 그 다음 날, 남쪽에 내러가 열흘 남짓 이곳저곳을 어정거리며 바람을 쏘이다 왔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꽃이 필 만하면 갑자기 추위가 닥쳐 겨우 피어난 꽃에도 꽃다운 생기가 없었다. 매화도 그렇고 수선도 그랬다. 풋중 시절부터 ...  
69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오작교
288   2021-11-09 2021-11-09 17:08
지난밤에는 안골짝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에 몇 번인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거센 목청으로 그리 우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짝을 찾아서 그러는지, 어미를 잃은 새끼가 어미 생각을 하느라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  
68 어느 암자의 작은 연못
오작교
288   2021-11-09 2021-11-09 16:51
요즘 산자락에는 산국이 한창이다. 꽃의 모습도 야생화답지만 그 향기가 가을꽃 중에서는 일품이다. 두어 가지 꺾어다가 햇살이 비껴드는 오후의 창가에 놓아두니 은은한 산국의 향기로 방 안이 한층 그윽하고 고풍스럽다. 철 따라 그 철에 어울리는 꽃이 피...  
67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작교
286   2021-11-13 2021-11-13 08:16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영국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의 책이름이다. 그는 이 책의 부제(副題)를 ‘인간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의 연구’라고 달고 있다. 이 책은 서구 근대화 사상의 줄기인 거대주의(巨大主義)와 물질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  
66 숲속의 이야기
오작교
286   2021-11-13 2021-11-13 08:15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대나무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간밤에 핀 달맞이꽃도 후줄근하게 젖어 있다. 이런 날을 극성스런 쇠찌르레기(새)도 울지 않고, 꾀꼬리며 밀화부리, 뻐꾸기, 산까치, 불새, 휘파람새 소리도 뜸하다. 어제 해질녘, 비가 올 것 같...  
65 수첩을 펼치면서
오작교
286   2021-11-13 2021-11-13 08:14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해의 수첩을 사온다. 수첩 끝에 붙어 있는 방명록 난에 친지나 거래처의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다. 그런데 이 일이 요 몇 해 사이에는 왠지 머리 무겁게 여겨져 자꾸만 미루다가 해가 바뀐 1월 중순이나 하순에 가서야 하...  
64 지혜와 사랑과 인내로
오작교
283   2021-11-12 2021-11-12 21:31
간밤 꿈에는 하늘 가득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은하수를 보았다. 기분 좋은 꿈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가는 기쁨이 될 수 있다. 날마다 흐리고 지척지척 비만 내리는 장마철이라 어쩌다 펼쳐지는 한 줄기 햇살에도, 혹은 후박나무 잎새로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  
63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작교
283   2021-11-12 2021-11-12 21:26
향봉 노스님이 지난 5월 31일 입적하셨다. 오래전부터 건강상태는 안 좋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었다. 오래 여든 셋이므로 살 만큼 사셨지만 갑작스런 죽음에 삶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까지만...  
62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오작교
283   2021-11-09 2021-11-09 17:15
새해 달력을 보니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 버렸는지 새삼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남은 세월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61 삶의 뿌리를 내려다 볼 때
오작교
280   2021-11-13 2021-11-13 08:13
열흘 남짓 산거(山居)를 비우고 떠돌아다니다 돌아오니 가을빛이 기울고 있었다. 집 뒤는 단풍이 들었다가 이울기 시작이고 앞산 마루에는 벌써 나목(裸木)들이 드러나 있다. 세월은 우리가 딴눈을 파는 사이에도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채전밭에는 무...  
60 초가을 산정(山頂)에서
오작교
280   2021-11-12 2021-11-12 21:27
해발 890, 산 위에 올라와 오늘로 사흘째가 된다. 물론 홀홀단신 내 그림자만을 데리고 올라왔다. 휴대품은 비와 이슬을 가릴 만한 간소한 우장과 체온을 감싸줄 침낭, 그리고 며칠분의 식량과 그걸 익혀서 먹을 취사도구. 산에서 사는 사람이 다시 산을 오른...  
59 나도 중이나 되었으면
오작교
278   2021-11-12 2021-11-12 21:12
“사람의 목숨 허무해라 물거품일세 80년 한평생이 봄날의 꿈이어라. 인연 다해 이 몸뚱이 버리는 이날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진다.“ 고려 말 태고 화상의 임종의 노래다. 다른 사람들로는 몇 생을 산다 할지라도 그만큼 살 수 없는 알차고 ...  
58 우물을 쳐야겠네
오작교
277   2021-11-12 2021-11-12 21:28
그제 밤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입하(立夏) 무렵이라서인지 이따금 장대비로 줄기차게 내린다. 고사리 장마인가? 며칠 전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모란이 후줄근히 비에 젖어 꽃잎을 다물고 있다. 별러서 모처럼 핀 꽃인데 비에 젖은 걸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  
57 식성이 변하네
오작교
276   2021-11-12 2021-11-12 21:07
오늘이 절후로는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 봄날처럼 푸근하다. 대숲 머리로 떠오른 산빛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아련하다. 수첩을 펼쳐보니 지난해 소한은 서울이 영하 16도 6부이고 우리 불일은 영하 13도였다. 물론 늦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올 겨울은 예년...  
56 눈이 번쩍 뜨인 차(茶)
오작교
275   2021-11-12 2021-11-12 21:17
오늘은 종일 봄비 소리를 들었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으니, 산방의 촉촉한 한적(閑寂)이 새삼스레 고맙게 여겨졌다. 이런 때 차를 안 마실 수가 없다. 초하룻날 지리산에서 종대 스님이 보내온 차를 오늘 비로소 시음했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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