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96   2022-08-06 2023-02-27 19:46
235 신선한 아침을
오작교
458   2021-11-14 2021-11-14 17:31
신선한 아침입니다. 간밤에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가더니 풀잎마다 구슬 같은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나뭇가지 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투명한 초록으로 빛을 발합니다. 세상이 새로 열린 듯한 이런 아침은 일찍 깨어난 살아 있는 것들만이 누릴 수 있는 ...  
234 가을에는 차 맛이 새롭다
오작교
458   2021-11-14 2021-11-14 16:10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을 기운에 밀려갔다. 요즘 산중의 가을 날씨는 ‘이밖에 무엇을 더 구하랴’싶게 산뜻하고 쾌적하다. 가을 날씨는 자꾸만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산자락에는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좁쌀알 같은 꽃을 달고 하늘거리던...  
233 흥겹고 멋진 음악처럼
오작교
447   2021-11-14 2021-11-14 17:35
얼어붙은 개울에서 도끼로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다가 장작난로 위에 물통을 올려 놓으니 물방울 튀기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뜨겁고 차가운 것끼리 서로 부딪치며 밀어내는 소리지요. 한 집안이나 일터에서도 구성원들끼리 성격과 취향이 맞지 않으면 이런 마...  
232 새로 바른 창 아래서
오작교
447   2021-11-14 2021-11-14 17:32
어제는 창문을 발랐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해서 바람기도 없고 햇볕이 따뜻해 잘 말랐다. 여느 때 같으면 대개 추석 전에 창문을 바르는데, 올해는 그 무렵에 연일 날씨가 궂어 시기를 넘기고 말았다. 혼자서 창문을 바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차분하고 느긋...  
231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오작교
445   2021-11-14 2021-11-14 16:54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들은 느긋한 ...  
230 탁상시계 이야기
오작교
445   2021-11-14 2021-11-14 16:43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나눌 경우, 서투르고 서먹한 분위기와는 달리 속으로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지구상에는 36억인가 하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우선 만났다는 그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  
229 허균의 시비 앞에서
오작교
443   2021-11-14 2021-11-14 16:06
서쪽 창으로 비쳐드는 오후의 햇살이 아늑하고 장다운 11월, 창밖으로 가랑잎 휘몰아 가는 바람소리가 내 손등의 살갗처럼 까슬까슬하다. 숲에 빈 가지가 늘어가고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바빠진다. 아궁이와 난로에 지필 장작을 패서 처마 밑에 들이...  
228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오작교
439   2021-11-14 2021-11-14 17:36
해가 지기 전에 램프의 등피(燈皮)를 닦았다. 등피란 말이 사전에나 실려 있을 정도로 이제는 귀에 선 말이 되었지만, 내게는 아직도 심지와 함께 익숙하다. 추운 겨울철이라 외풍에 펄럭거리는 촛불보다는 램프불이 아늑하고 정답다. 요즘은 아무리 깊은 산...  
227 친절하고 따뜻하게
오작교
438   2021-11-14 2021-11-14 17:30
송나라의 선승(禪僧) 차암 수정(此庵守靜)은 이와 같이 읊었다. 개울물이 산 아래로 내려감은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요 한 조각 구름 마을에 드리움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함이라 세상 살아가는 일 이 구름과 물 같다면 무쇠나무에 꽃이 피어 온 누리에 ...  
226 너는 누구냐
오작교
432   2021-11-14 2021-11-14 17:31
감기를 치르고 났더니 맛과 냄새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오랜만에 미역국을 끊여 먹었지만 간이 짠지 싱거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대로 맑은 아침, 건너 숲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광주 한국제다에서 보내온 햇차 '감로(甘露)'를...  
225 숲에서 배운다
오작교
432   2021-11-14 2021-11-14 16:15
산을 떠나 6, 7년 시정(市井)의 절간에서 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얻은 것이라면 이 어지러운 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세상 물정을 몸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잃은 것은 내 안에 지녔던 청청한 빛이 조금씩 바래져 갔던 점...  
224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오작교
431   2021-11-13 2021-11-13 09:00
겨울이 아니라 해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모두의 마음이 움츠러든 이날, 동안거(冬安居) 결제일을 맞아 스님은 옛 선사의 말을 빌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고 했다. 그것이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라...  
223 사람의 자리를 지켜라 1
오작교
431   2021-11-13 2021-11-14 17:04
얼마 전 큰절 원주스님이 광주로 장보러 가는 길을 구경삼아 따라가 본 일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가 맨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채소와 과일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대 문득 떠오른 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먹고 사는구나 하...  
222 마하트마 간디의 오두막
오작교
429   2021-11-14 2021-11-14 17:33
가을을 재촉하는 밤 소나기 소리에 자다가 깼다. 개울가에는 벌써부터 울긋불긋 잎이 물들기 시작이다. 물가의 차가운 기운 때문에 산중턱보다 일찍 단풍이 든다. 양철지붕에 비 쏟아지는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지붕의 자재로 양철(함석)은 부적합하다. 그러...  
221 차(茶) 이야기
오작교
427   2021-11-14 2021-11-14 17:28
요 며칠 동안 내 산거(山居)에는 사나운 풍신(風神)이 내려와 둘레를 온통 할퀴고 갔다. 그 바람에 산죽(山竹)을 엮어 덮어 놓은 뒷간의 이엉이 벗겨져 흩어졌다. 또 일거리를 장만해 주고 간 것이다. 바람도 산들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느긋하게 하...  
220 달빛에서 향기가 나더라
오작교
427   2021-11-14 2021-11-14 14:14
초복을 고비로 장마가 개더니 밤으로는 달빛이 하도 좋아 쉬이 잠들 수가 없다. 앞산 마루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은 더 없이 정다운 얼굴이다. 잠옷 바람으로 뜰을 어정거리면서 달빛을 즐기다가 한기가 들면 방에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겉옷을 걸...  
219 녹은 그 쇠를 먹는다
오작교
423   2021-11-14 2021-11-14 16:51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마음처럼 불가사의한 것이 또 있을까.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그래서 가수들은 오...  
218 가난한 절이 그립다
오작교
415   2021-11-14 2021-11-14 14:25
옛 스승은 말씀하셨다. ‘도는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반드시 그 뜻을 잃는다. 예전의 출가 수행자는 한 벌 가사와 한 벌 바리때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려고 하지 않았다. 사는 집에 집착하지 않고, 옷이나 음식...  
217 어느 오두막에서
오작교
411   2021-11-14 2021-11-14 14:24
올 봄에는 일이 있어 세 차례나 남쪽을 다녀왔다. 봄은 남쪽에서 꽃으로 피어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매화가 그 좋은 향기를 나누어주더니 산수유와 진달래와 유채꽃이 눈부시게 봄기운을 내뿜고, 뒤이어 살구꽃과 복사꽃, 벚꽃이 흐드러지...  
216 수선 다섯 뿌리
오작교
410   2021-11-14 2021-11-14 14:23
눈 속에 묻혀서 지내다가 엊그제 불일암을 다녀왔다. 남쪽에 갔더니 어느새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남지춘신(南枝春信)이라는 말이 있는데. 매화는 봄에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 가지에서부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긴 것 같다. 남쪽 가지에 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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