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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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219   2022-08-06 2023-02-27 19:46
195 생각을 씨앗으로 묻으라
오작교
377   2023-12-15 2023-12-15 10:56
서울 구의동 동부 터미널에서 영동 지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내 오두막으로 다시 왔다. 삶의 시작에는 늘 설렘이 따른다. 사람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텅 빈 산골짝을 찾아온 것은, 그 어디에도 매이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소망이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194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77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193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07
허균이 엮는 <한정록(閑情錄)>에는 왕휘지에 대한 일화가 몇 가지 실려 있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로 그는 저 유명한 왕희지의 다섯째 아들이다. 그는 산음(山陰)에서 살았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은 눈에 덮여 온...  
192 빈 뜰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6:22
다래헌(茶來軒)에서 살던 때였다. 뜰에는 몇 그루의 장미꽃이 피어, 담담하던 내 일상에 빛과 향기를 드리워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갓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히고 눈과 귀가 멀려고 했었다.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율을 느끼던 그...  
191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74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90 파초잎에 앉아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6:02
휴가철이 되니 다시 길이 막힌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서,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일상의 집에서 떠나온 길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어디이기에 이처럼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의 흐름을...  
189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신문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7:24
지난겨울에는 눈 고장에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연일 내리는 폭설에 갇혀서 며칠 동안 딴 세상에서 살아야 했는데, 제작년 겨울부터 그런 눈은 내리지 않는다. 겨울은 물러가고 새봄이 머뭇거리면서 다가서고 있다. '물 쓰듯 한다'...  
188 생명을 바꾸는 농사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7:03
엊그제 내린 비로 개울물이 많이 불어났다. 며칠 동안 뜸하던 산새들의 노래가 개울물소리에 실려 다시 이어지는 걸 보면 날씨가 들 모양이다. 그저께 밤에는 잠결에 빗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개울가에 채워둔 김치통을 처마 밑에 들여놓고 나서야 마음이 ...  
187 침묵의 눈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6:20
선가(禪家)에 ‘목격전수(目擊傳授)’란 말이 있다.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사람기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도 사실은 언어 이전의 눈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을 설명하고 해설하고, 도 주석을 ...  
186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5:58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야 한다. 들...  
185 죽이지 말자, 죽게하지도 말자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7:25
내 오두막에서 듣는 바깥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  
184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닌 ㅣ달에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6:05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  
183 옹달샘에서 물을 긷다
오작교
370   2021-11-09 2021-11-09 17:16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  
182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오작교
369   2021-11-14 2021-11-14 14:21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중 천지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181 새벽에 내리는 비
오작교
369   2021-11-14 2021-11-14 14:12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곤소곤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  
180 법정스님의 좋은 글
오작교
369   2021-11-09 2021-11-09 16:24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시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  
179 보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7:18
오두막의 함석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눈 더미가 미끄러져 내리는 이 소리에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겨우내 얼어붙어 숨을 죽인 개울물도 엊그제부터 조금씩 소리를 내고 있다. 양지쪽 덤불속에서 산새들도 지저귀기 시작...  
178 가난한 이웃을 두고
오작교
366   2021-11-13 2021-11-13 08:45
부슬비가 내리면서 숲에는 안개가 자욱이 서려 있는데, 아까부터 저 아래 골짜기에서는 이따금 인기척에 실려 땅을 파는 괭이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 누가 아서 무엇을 하는지 마음이 쓰여 털레털레 내려가 보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  
177 법정스님의 글
오작교
365   2021-11-13 2021-11-13 08:55
불일암에서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는데 새로 옮겨온 이곳에서는 늘 시냇물소리를 들어야 한다. 산 위에는 항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나 낮은 골짜기에는 바람 대신 시냇물이 흐른다. 바람소리 물소리가 똑같은 자연의 소리인데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각...  
176 명상으로 삶을 다져라
오작교
364   2021-11-14 2021-11-14 14:16
산들바람에 마타리가 피어나고 있다. 입추가 지나자 산자락 여기저기에 노란 마타리가 하늘거린다. 밭둑에서 패행이 꼬치 수줍게 피고, 개울가 층계 곁으로 늘어선 해바라기도 며칠 전부터 환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풀벌레 소리가 이제는 칙칙한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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