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5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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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241   2022-08-06 2023-02-27 19:46
175 명상으로 삶을 다져라
오작교
365   2021-11-14 2021-11-14 14:16
산들바람에 마타리가 피어나고 있다. 입추가 지나자 산자락 여기저기에 노란 마타리가 하늘거린다. 밭둑에서 패행이 꼬치 수줍게 피고, 개울가 층계 곁으로 늘어선 해바라기도 며칠 전부터 환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풀벌레 소리가 이제는 칙칙한 여름 ...  
174 스승과 제자
오작교
365   2021-11-13 2021-11-13 08:35
지난해는 불교계의 원로스님들이 많이 입적했다. 그대마다 든든하게 둘러쳐진 울타리가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아무 스님이 어떤 산에 계시거니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든든했고, 이따금 찬아 뵙고 가르침을 받을 때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새로 열린 ...  
173 휴거를 기다리는 사람들
오작교
364   2021-11-14 2021-11-14 17:26
며칠 전 지리산 일대를 다녀왔다. 지리산은 그 품이 넓어 이 골짝 저 골짝에 온갖 종류의 생물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는 일부 종교의 기도원과 수도자가 그 품속을 의지해 살고 있었다. 먹물 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어, 그들과 이야기를 ...  
172 덜 쓰고 덜 버리기
오작교
364   2021-11-14 2021-11-14 17:23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쓰레기 종량제를 지켜보면서 이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사람이 만들어 낸 쓰레기 때문에 사람 자신이 치여 죽을 판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해답은 쓰레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태계적인 ...  
171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작교
364   2021-11-14 2021-11-14 14:12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딱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에도 아궁이의 재를 쳐...  
170 시(詩)도 좀 읽읍시다
오작교
364   2021-11-13 2021-11-13 08:46
며칠 전 순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안에서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 시집(詩集)을 펼쳐들고 열심히 읽는 걸 보고, 나는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시(詩)를 읽는다는 당연한 이 사실이 새삼스레 기특하고 신기하게 여겨질 만큼, 오늘의 우...  
169 밀린 이야기
오작교
363   2021-11-14 2021-11-14 17:28
지난 가을<불일암의 사계>라는 사진집이 한 친지의 숙원으로 출간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사진집을 펼쳐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동안 몸담아 살던 보금자리가 마치 곤충이 벗어 버린 빈 껍질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  
168 꽃처럼 피어나게
오작교
362   2021-11-14 2021-11-14 17:14
요즘 내 오두막의 둘레는 돌배나무와 산매화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대고 있다. 그리고 바위 끝 벼랑에 진달래가 뒤늦게 피어나 산의 정기를 훨훨 뿜어내고 있다. 돌배나무는 가시가 돋쳐 볼품없고 쓸모없는 나무인줄 알았더니 온몸에 하얀 꽃을 ...  
167 너는 세상 어디에 있는가
오작교
361   2021-11-14 2021-11-14 14:09
12월이다.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이르렀다. 지나온 날들이 새삼스레 되돌아 보이는 마루턱에 올라선 것이다. 마르틴 부버가 하시디즘(유태교 신비주의)에 따른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  
166 말없는 언약
오작교
360   2021-11-14 2021-11-14 16:33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각박해질수록 이름도 성도 기억하기 어려운 온갖 법률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얽어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그토록 많은 규제가 곡 있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슬이 퍼런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 세상이 평온해져야 할 텐데, ...  
165 이 바바람이 개이면
오작교
359   2021-11-13 2021-11-13 08:49
오늘은 비바람이 몹시 휘몰아치고 있다. 앞마루에 비가 들이치고 창문에도 이따금씩 모래를 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섬돌 윙에 벗어놓은 신발을 들여놓으려고 밖에 나갔더니 대숲은 머리를 풀어 산발한 채 폭풍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날 내 산거(山居)...  
164 가을 바람이 불어오네
오작교
358   2021-11-14 2021-11-14 17:09
지난밤에는 칠월 보름 백중달이 하도 좋아 몇 차례 자다 깨다했다. 창문으로 스며들어온 달빛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 바람에 자다 말고 깨어나곤 했었다. 창문을 여니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맷방석만한 보름달이 휘영청 떠서 묵묵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  
163 등잔불 아래서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7:12
겨울 안거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며칠 동안 어정거리다가 돌아왔다. 전등불이 밝은 데서는 어쩐지 몰랐는데, 다시 등잔과 촛불을 켜게 되니 이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문명의 이기란 편리하다. ...  
162 무관심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6:25
며칠 전부터 밖에를 좀 다녀왔으면 싶은데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미적미적 미루는 내 게으른 성미 탓도 없지 않지만, 가고 오면서 치러야 할 그 곤욕 때문에 오늘도 주저앉고 말았다. 곤욕이란 다른 게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운...  
161 불일암의 편지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6:18
산정(山頂)에 떠오른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겨울 숲처럼 까칠한 재소리가 들려옵니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숲을 울리더니 오늘은 잠잠합니다. 이곳 조계산은 단조로운 산이면서도 바람이 많습니다. 처음 이 산에 들어왔을 때는 가랑잎을 휘몰아가는 바람소...  
160 마른 나뭇단처럼 가벼웠던 몸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4:21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다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出世間)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  
159 새벽 달빛 아래서
오작교
357   2021-11-14 2021-11-14 14:10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 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  
158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작교
355   2021-11-14 2021-11-14 17:00
달력 위의 3월은 산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내 둘레는 아직 눈 속에 묻혀 있다. 그래도 개울가에 나가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겨울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일 것...  
157 설해목(雪害木)
오작교
355   2021-11-14 2021-11-14 16:39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156 쥐 이야기
오작교
355   2021-11-14 2021-11-14 16:32
산사(山寺)의 가을은 바람결에 묻어온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은 완연히 달라진다.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무덥고 끈적거리던 그 바람결이 오후가 되며 어느새 습기를 느낄 수 없도록 마른 바람으로 바뀐다. 문득 초가을의 입김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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