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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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30   2022-08-06 2023-02-27 19:46
114 죽이지 말자, 죽게하지도 말자
오작교
362   2021-11-14 2021-11-14 17:25
내 오두막에서 듣는 바깥세상 소식은 오로지 라디오를 통해서다. 맨날 비슷비슷한 사건과 사고로 엮어지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것도 없지만,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라 습관적으로 아침저녁 식탁에서 뉴스를 듣게 된다. 또 끔찍한 살인의 소식이다. ...  
113 생각을 씨앗으로 묻으라
오작교
362   2023-12-15 2023-12-15 10:56
서울 구의동 동부 터미널에서 영동 지방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내 오두막으로 다시 왔다. 삶의 시작에는 늘 설렘이 따른다. 사람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텅 빈 산골짝을 찾아온 것은, 그 어디에도 매이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소망이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112 침묵의 눈
오작교
364   2021-11-14 2021-11-14 16:20
선가(禪家)에 ‘목격전수(目擊傳授)’란 말이 있다. 입 벌려 말하지 않고 눈끼리 마주칠 때 전할 것을 전해 준다는 뜻이다. 사람기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도 사실은 언어 이전의 눈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을 설명하고 해설하고, 도 주석을 ...  
111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4:21
며칠 전부터 연일 눈이 내린다. 장마철에 날마다 비가 내리듯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한밤중 천지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한데 창밖에서는 사분사분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앞산에서 우지직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잠시 메아리를 이룬다. 소복소복 내려...  
110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닌 ㅣ달에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6:05
첫눈이 내렸다. 거추장스러운 잎들을 훨훨 떨쳐 버리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와 숲에 겨울옷을 입혀주려고 눈이 내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  
109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신문
오작교
366   2021-11-14 2021-11-14 17:24
지난겨울에는 눈 고장에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연일 내리는 폭설에 갇혀서 며칠 동안 딴 세상에서 살아야 했는데, 제작년 겨울부터 그런 눈은 내리지 않는다. 겨울은 물러가고 새봄이 머뭇거리면서 다가서고 있다. '물 쓰듯 한다'...  
108 파초잎에 앉아
오작교
367   2021-11-14 2021-11-14 16:02
휴가철이 되니 다시 길이 막힌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더위를 피해서,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일상의 집에서 떠나온 길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어디이기에 이처럼 동이 트기 전부터 차량의 흐름을...  
107 빈 뜰
오작교
367   2021-11-14 2021-11-14 16:22
다래헌(茶來軒)에서 살던 때였다. 뜰에는 몇 그루의 장미꽃이 피어, 담담하던 내 일상에 빛과 향기를 드리워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갓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대했을 때, 말문이 막히고 눈과 귀가 멀려고 했었다. 지극한 아름다움 앞에서 전율을 느끼던 그...  
106 생명을 바꾸는 농사
오작교
367   2021-11-14 2021-11-14 17:03
엊그제 내린 비로 개울물이 많이 불어났다. 며칠 동안 뜸하던 산새들의 노래가 개울물소리에 실려 다시 이어지는 걸 보면 날씨가 들 모양이다. 그저께 밤에는 잠결에 빗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개울가에 채워둔 김치통을 처마 밑에 들여놓고 나서야 마음이 ...  
105 섬진 윗마을의 매화
오작교
368   2021-11-14 2021-11-14 14:24
며칠 전 내린 비로, 봄비답지 않게 줄기차게 내린 비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골짜기의 얼음이 절반쯤 풀렸다. 다시 살아난 개울물소리와 폭포소리로 밤으로는 잠을 설친다. 엊그제는 낮에 내리던 비가 밤 동안 눈으로 바뀌어 아침에 문을 열자 온 산이 하얗게 ...  
104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작교
368   2021-11-14 2021-11-14 15:58
추석을 앞두고 연일 음산한 날씨 때문에 풀을 쑤어 놓고도 미처 창문을 바르지 못했다. 가을날 새로 창을 바르면 창호에 비쳐드는 맑은 햇살로 방 안이 아늑하고 달빛도 한결 푸근하다. 이제 산중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날마다 군불을 지펴야 한다. 들...  
103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오작교
368   2021-11-14 2021-11-14 16:12
내 오두막에 가을걷이도 이미 끝났다. 가을걷이래야 고추 따고 그 잎을 훑어내고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옥수수는 다람쥐들이 벌서 추수를 해 버렸고 해바라기도 나는 꽃만 보고 씨는 다람쥐들의 차지가 되었다. 개울가에 살얼음...  
102 옹달샘에서 물을 긷다
오작교
369   2021-11-09 2021-11-09 17:16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  
101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오작교
370   2021-11-14 2021-11-14 16:07
허균이 엮는 <한정록(閑情錄)>에는 왕휘지에 대한 일화가 몇 가지 실려 있다. 중국 동진 때의 서예가로 그는 저 유명한 왕희지의 다섯째 아들이다. 그는 산음(山陰)에서 살았다. 밤에 큰 눈이 내렸는데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은 눈에 덮여 온...  
100 인형과 인간
오작교
371   2021-11-14 2021-11-14 16:50
1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 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  
99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73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98 오두막 편지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00
절기로 오늘이 하지(夏至)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그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山居)의 한적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내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  
97 소리없는 소리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24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  
96 집행하는 겁니까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31
“집행하는 겁니까?” 이 말은 신문을 통해서 우리들 귀에 전해진 어떤 사형수의 피맺힌 애원이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사형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째서 그 물음이 아직까지도 내 귓속의 귀에 울리고 있는 것일까. 잠에서...  
95 풍요한 감옥 1
오작교
378   2021-11-12 2021-11-12 21:30
찔레꽃이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뻐꾸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면 날이 가문다. 어제 해질녘에는 채소밭에 샘물을 길어다 뿌려주었다. 자라 오른 상치와 아욱과 쑥갓을 뜯어만 먹기가 미안하다. 사람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갖가지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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