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130   2022-08-06 2023-02-27 19:46
174 가을편지
오작교
330   2021-11-13 2021-11-13 08:40
바깥세상 돌아가는 꼴이 재미없어 방안 일에 마음 붙이려고 도배를 했다. 이 산으로 옮겨온 후 꼭 5년 만에 다시 도배를 하게 된 것이다. 일 벌리기 머리 무거워 어지간하면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고서(古書)에서 생겨난 좀이 많아 한지로 바른 먹이며 천...  
173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오작교
330   2021-11-13 2021-11-13 08:50
몇 아름 되는 큰 소나무 가지 위에서 새처럼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살던 스님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그를 조과 선사라 불렀다. 그때 까치가 같은 나무의 곁가지에 둥지를 틀로 살았다. 사람과 새가 길이 들어 사이좋은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  
172 순수한 모순
오작교
331   2021-11-14 2021-11-14 16:53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던가. 그래 그런지, 얼마 전 가까이 있는 보육원에 들렀더니 꽃가지마다 6월로 향해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몇 그루를 얻어다 우리 방 앞뜰에 심었다. 단조롭던 뜰에 생기가 돌았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노라면 모차르트의 청렬...  
171 연못에 연꽃이 없더라
오작교
331   2021-11-14 2021-11-14 17:16
요즘 강원도 고랭지에는 감자꽃이 한창이라 더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귀엽게 피어난 그 꽃과 은은한 향기에 반쯤 취할 때가 있다. 감자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나는 고장에 와 지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감자를 먹을 때 그 꽃과 향기도 함께 음미할...  
170 바람부는 세상에서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4:09
지난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제를 쳐내는 데 쓰...  
169 회심기
오작교
332   2021-11-14 2021-11-14 16:47
내 마음을 내 뜻대로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한도인(閑道人)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온갖 모순과 갈등 속에서 부침하는 중생이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  
168 풍요로운 아침
오작교
333   2021-11-09 2021-11-09 16:55
산중에는 고요와 거룩함이 있다. 특히 아침나절의 산은 더욱 아름답고 신선하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숲 향기와 밤새 내린 이슬기가 배어 있다. 이와 같은 신선한 아침을 잘 맞이할 수 있어야 그날 하루의 삶도 알차다. 이 거룩한 시간을 신문이나 방송 등 ...  
167 당신의 눈을 사랑하라
오작교
333   2021-11-13 2021-11-13 08:36
몇해 전 눈병이 나서 조직검사까지 해가면 병원을 드나들 때 막막하게 육신의 비애를 느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보아버린 과보로 눈병을 앓는다고 여겨졌다. 눈이 나으면 이제는 시력을 아끼면서 사람으로서 꼭 볼 것만을 가...  
166 사유(思惟)의 뜰이 아쉽다
오작교
336   2021-11-13 2021-11-13 08:28
8년 가까이 산 위에서 살다가 산 아래 골짜기로 내려와 지내는 요즘, 문득문득 느껴지는 것은 뜰이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가이다.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이 지나고, 멀리 툭 트인 시야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  
165 뒷모습
오작교
336   2021-11-13 2021-11-13 08:43
요즘에도 그런 체벌(體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유년시절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떠는 개구쟁이들은 곧잘 교단 앞에 불려나가 걸상을 들고 한참씩 서 있다가 들어오는 이이 있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은 유달리 칠판을 향해 돌아서 있으라는 ...  
164 소창다명(小窓多明)
오작교
336   2021-11-14 2021-11-14 16:26
현대의 우리들은 제정신을 차릴 겨를이 거의 없다. 제정신을 차리려면 차분히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시간이 외적(外的)인 여건으로도 잘 허락되지 않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그걸 감내하지 못해 뛰쳐나가버린다. 무엇엔가 의지하지 않으면 허물...  
163 파장
오작교
337   2021-11-14 2021-11-14 16:27
시골에서 장이 서는 날은 흐뭇한 잔칫날이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만 가는 세정(世情)임에도 장터에는 아직 인정이 남아 있다. 도시의 시장에는 차디찬 질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미가 없다. 시골 장터에 가면 예전부터 전해 오는 우리네의 포근한 정서와 인...  
162 살아남은 자
오작교
337   2021-11-14 2021-11-14 16:55
요 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거두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  
161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오작교
338   2021-11-13 2021-11-13 08:57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눈부신 봄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우리 생애에서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한때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고맙게 여겨지고, 언젠가는 내가 이 자리...  
160 새벽에 귀를 기울이라
오작교
338   2021-11-14 2021-11-14 17:15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예불하고 점점 밝아오는 창 앞에 허리를 펴고 마주앉아 있는 이 투명한 시간을 나는 즐기고 싶다. 차가운 개울물소리에 실려 어김없이 쏙독새가 ‘쏙독 쏙독 쏙독’하고 집 뒤에서 한참을 울어댄다. 달밤이나 새벽에 많이 ...  
159 노년의 아름다움
오작교
339   2021-11-09 2021-11-09 16:29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여름철 그 무더위도 처서를 고비로 한풀 꺾여 가을에 밀려간다. 순환의 법칙, 이 우주 질서가 지속되는 한 지구는 살아 숨쉰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그 때가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하늘이 높아지고 물이 맑아져 차맛도 새롭다. 어...  
158 흙과 평명공간
오작교
339   2021-11-14 2021-11-14 16:43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이른바 개발 도상의 길이다. ...  
157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작교
340   2021-11-14 2021-11-14 17:00
달력 위의 3월은 산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내 둘레는 아직 눈 속에 묻혀 있다. 그래도 개울가에 나가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겨울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일 것...  
156 차지하는 것과 바라보는 것
오작교
341   2021-11-13 2021-11-13 08:44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또한 멀지 않다고 하더니, 이제 겨울의 자리에 봄이 움트려고 한다. 지난밤에도 바람기 없이 비가 내렸다. 겨우내 까칠까칠 메마른 바람만 불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소리를 들으면 내 ...  
155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오작교
341   2021-11-14 2021-11-14 14:12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잇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딱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에도 아궁이의 재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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