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4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2091   2022-08-06 2023-02-27 19:46
214 말없는 관찰
오작교
387   2021-11-13 2021-11-13 08:27
요즘이 한창 관광철이라 산중에 있는 큰 절들은 조용할 날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산사(山寺)의 뜰은 흡사 장바닥이다. 항시 상중에 몸담아 살고 있는 처지에서 보면, 뭐 볼게 있다고 저리들 ...  
213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오작교
386   2021-11-14 2021-11-14 16:22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 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이며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혹은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날이 ...  
212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오작교
386   2021-11-14 2021-11-14 14:07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깨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떠졌는데도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다음 고이 잠들 ...  
211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오작교
384   2021-11-14 2021-11-14 16:13
이제는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득거린다. 풀벌레 소리가 여물어가고 밤으로는 별빛도 한층 영롱하다. 이 골짝 저 산봉우리에서 가을 기운이 번지고 있다. 요 며칠 새 눈에 띄게 숲에는 물기가 빠져나가고 있다. 어떤 가지는 벌써부터 시름시름 ...  
210 입하절(立夏節)의 편지
오작교
383   2021-11-14 2021-11-14 17:02
이 자리를 빌려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제 우표 값이 110원으로 올랐는지도 모른 채 지낼 만큼 그동안 편지와는 인연이 멀었습니다. 우편배달의 발길이 닳지 않는 그런 곳이라 띄울 일도 받을 일도 없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있지만 소식을 주...  
209 겨울 채비를하며 file
오작교
383   2021-11-14 2023-06-28 09:41
 
208 눈 고장에서 또 한번의 겨울을 나다
오작교
378   2021-11-14 2021-11-14 16:08
언젠가 아는 분이 내게 불쑥 물었다. “스님은 강원도 그 산골에서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난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시냇물 길어다 차 달여 마시는 재미로 살지요.” 무심히 뱉은 말이지만 이 말 속에 내 조촐...  
207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오작교
377   2021-11-14 2021-11-14 16:29
한평생 수학(數學)이 좋아서 그것만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수학자가 있다. 그는 숫자에서 미의식(美意識) 같은 것을 느낄 정도로 그 길에는 통달한 사람이다. 연구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산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산책하는 무심한 여가에 문득 풀...  
206 참된 여행은 방랑이다
오작교
377   2021-11-14 2021-11-14 14:19
여름에는 더위와 물 것 때문에 멀리했던 등불이 가을밤에는 정다워진다. 맑은 바람 불어오고 청랭한 기운 감돌면 풀벌레 소리 곁들여 등불을 가까이하게 된다. 호수나 시냇물도 가을이 되면 드높게 갠 하늘을 닮아서인지 보다 말고 투명해진다. 우리들의 심금...  
205 소리없는 소리
오작교
376   2021-11-14 2021-11-14 16:24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  
204 남도기행(南道紀行)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7:01
서울에서 감기를 묻혀와 한 열흘 호되게 앓았다. 죽을병이 아닌 한 앓을 만큼 앓아주면 추스르고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몸의 자생력이다. 회복기의 그 여리고 투명한 상념들은 스치고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들을 착해진 마음으로 ...  
203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갖이하랴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6:09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낮게 깔리는 걸 보고 점심 공양 끝에 서둘러 비설거지를 했다. 오두막 둘레에 무성한 가시덤불과 잡목을 작년 가을에 쳐 놓았는데, 지난봄에 단을 묶어 말려 둔 것을 나뭇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몇 차례 비를 맞힐 ...  
202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오작교
375   2021-11-14 2021-11-14 14:11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땔감을 마련했다. 한여름에 땔감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게 여길지 모르지만, 궁벽한 곳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오두막에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일꾼이 지난봄에 일을 하러 올라...  
201 풍요한 감옥 1
오작교
375   2021-11-12 2021-11-12 21:30
찔레꽃이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뻐꾸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면 날이 가문다. 어제 해질녘에는 채소밭에 샘물을 길어다 뿌려주었다. 자라 오른 상치와 아욱과 쑥갓을 뜯어만 먹기가 미안하다. 사람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갖가지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목말...  
200 집행하는 겁니까
오작교
373   2021-11-14 2021-11-14 16:31
“집행하는 겁니까?” 이 말은 신문을 통해서 우리들 귀에 전해진 어떤 사형수의 피맺힌 애원이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사형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째서 그 물음이 아직까지도 내 귓속의 귀에 울리고 있는 것일까. 잠에서...  
199 침묵과 무소유(無所有)의 달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7:22
자연의 신비에 싸여 지혜롭게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력을 만들 때 그들 둘레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하여 그 달의 명칭을 정했다. 그들은 외부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않았다. 한해를 마감...  
198 오두막 편지
오작교
372   2021-11-14 2021-11-14 16:00
절기로 오늘이 하지(夏至)다. 여름철 안거도 어느새 절반이 되었구나. 그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다는 생각이 어제 오늘 든다. 모처럼 산거(山居)의 한적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별밭에 눈길을 보내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  
197 겨울은 침묵(沈默)을 익히는 계절
오작교
372   2021-11-13 2021-11-13 08:33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그동안에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허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런 계절이기도...  
196 박새의 보금자리
오작교
371   2021-11-14 2021-11-14 17:30
며칠 전부터 창 밖에서 '톡톡 톡톡'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심히 흘리고 말았었다. 옮겨 심은 나무에 물을 주러 나갔다가 톡톡 소리를 내는 그 실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난로 굴뚝의 틈새에서 박새가 포르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였다. ...  
195 옹달샘에서 물을 긷다
오작교
368   2021-11-09 2021-11-09 17:16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5시에 울기도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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