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글 -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글을 올립니다.

글 수 293
번호
제목
글쓴이
공지 법정스님의 의자 1 file
오작교
1979   2022-08-06 2023-02-27 19:46
253 베게잇을 꿰매며
오작교
223   2021-11-12 2021-11-12 20:56
베갯잇을 꿰맸다. 여름 동안 베던 죽침이 선득거려 베개를 바꾸기 위해서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이 달라졌다.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겹고 무더운 여름도 이제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한다. 산자락에 마타리가 피고 싸리꽃이 ...  
252 차 덕는 향기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20:56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차 맛이 떨어진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정리하다가 까맣게 잊어버린 차 덖는 프라이팬을 찾아냈다. 자루에 ‘차 전용’이라고 표시까지 해 놓은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차 덖는 기구를 본 ...  
251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오작교
213   2021-11-12 2021-11-12 20:57
어느 날 길상사에서 보살님 한 분이 나하고 마주치자 불쑥, “스님이 가진 염주 하나 주세요”라고 했다. 이틀 후 다시 나올 일이 있으니 그때 갖다 드리겠다고 했다. 이틀 후에 염주를 전했다. 그때 그 일이 며칠을 두고 내 마음을 풋풋하게 했다....  
250 그림자 노동의 은혜
오작교
228   2021-11-12 2021-11-12 20:58
혼자서 먹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때로는 머리 무거운 일인데 여럿이 모여 사는 대가족의 경우는 음식 만드는 일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큰일이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려진 곳에서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도 한다. 주부들이...  
249 500생의 여우
오작교
241   2021-11-12 2021-11-12 20:59
산중에 짐승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노루와 토끼 본 지가 언제인가. 철 따라 찾아오던 철새들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찌르레기와 쏙독새, 휘파람새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골짜기에 메아리를 일으킬 텐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산과 ...  
248 하늘과 바람과 달을...
오작교
237   2021-11-12 2021-11-12 20:59
예전에는 시인(是認)이란 직종이 따로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를 읊고 지었다. 제대로 된 선비(그 시절의 지식인)라면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교양이었다. ‘승려 시인’이란 말도 예전에는 ...  
247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가
오작교
242   2021-11-12 2021-11-12 21:00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송강 정철의 시조인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에 그림자가 어리어 다리 위를 쳐다...  
246 임종게와 사리
오작교
231   2021-11-12 2021-11-12 21:00
한 생애를 막음하는 죽음은 엄숙하다. 저마다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므로 타인의 죽음을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다. 그만의 죽음이기 때문에 그만큼 엄숙하다. 일찍부터 선가에서는 ‘마지막 한마디’(이를 임종게 또는 유게라고 한다)를 남기는 ...  
245 책에 읽히지 마라
오작교
222   2021-11-12 2021-11-12 21:01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니, 책 읽는 즐거움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다. ‘책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독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교훈이다. 학교 교육도 따지고 보면 책 읽은 훈련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  
244 태풍 속에서
오작교
223   2021-11-12 2021-11-12 21:02
해마다 한두 차례씩 겪는 일이지만, 며칠 전 태풍 ‘베라’가 지나갈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농경지나 가옥의 침수와 매몰이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그런 태풍이,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  
243 빈 방에 홀로 앉아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21:03
어제는 창을 발랐다. 바람기 없는 날 혼자서 창을 바르고 있으면 내 마음은 티 하나 없이 말고 투명하다. 무심(無心)의 경지가 어떻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바른 창에 맑은 햇살이 비치니 방안이 한결 정갈하게 보인다. 가을날 오후 같은 때, 빈 방에...  
242 水流花開
오작교
219   2021-11-12 2021-11-12 21:06
산 위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산 아래 양지쪽에만 물든 잎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해질녘 뜰에 내리는 산그늘이 썰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정랑(淨廊)을 새로 짓느라고 한동안 바빴다. 변소를 절에서는 예전부터 정랑이라고 부른다. 산을 바라볼 겨를도 없...  
241 파블로 카잘스
오작교
248   2021-11-12 2021-11-12 21:06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잘스>다. 앨버트 E. 칸이 카잘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 나름의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으로 엮어놓은 카잘스의 초상이다. 카잘스...  
240 식성이 변하네
오작교
261   2021-11-12 2021-11-12 21:07
오늘이 절후로는 가장 춥다는 소한인데 봄날처럼 푸근하다. 대숲 머리로 떠오른 산빛이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아련하다. 수첩을 펼쳐보니 지난해 소한은 서울이 영하 16도 6부이고 우리 불일은 영하 13도였다. 물론 늦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올 겨울은 예년...  
239 연기와 재를 보면서
오작교
244   2021-11-12 2021-11-12 21:08
오늘 아침, 어제가지 받은 편지들을 부엌에 들어가 죄다 태웠다. 입춘도 지났으니 편지를 담아두었던 광주리도 텅 비워두고 싶어서였다. 굴뚝에서 편지 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저것은 ‘말의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238 우리는 너무 서두른다
오작교
256   2021-11-12 2021-11-12 21:09
볼일로 광주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하나 보았다. <파리, 텍사스>. 화면에서 낯익은 거리와 고속도로, 그리고 올스모빌 차가 보이자 눈이 번쩍 뜨였다.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렌터카인데도 굳이 올수모빌만을 고집한다. 지난 봄, 로스앤젤레스에 머...  
237 김장 이야기
오작교
260   2021-11-12 2021-11-12 21:09
며칠 전에 김장을 했다. 김장이라고 해봐야 혼자서 먹을 것이니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연례행사라 그대로 지나칠 수도 없다. 이 산중에 들어와 어느덧 열네 번째 하는 김장이었다. 요 몇 해 동안 김장철마다 산에 올라와 김장을 담아주...  
236 밤 나그네
오작교
258   2021-11-12 2021-11-12 21:10
요즘 나는 오후의 한때를 서쪽 창으로 비껴드는 밝은 햇살 아래 앉아 편지도 읽고 책도 읽으면서 지극히 담담하게 지내고 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방이기 때문에 홀로 앉아 있으면 더욱 아늑하다. 한 보름 전 큰절 도성당에 들렀다가 빨갛게 열매가 매...  
235 텅 빈 충만
오작교
250   2021-11-12 2021-11-12 21:11
오늘 오후 큰절에 우편물을 챙기러 내려갔다가 황선 스님이 거처하는 다향산방(茶香山房)에 들렀었다. 내가 이 방에 가끔 들르는 것은, 방 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성품과 아무 장식도 없는 빈 벽과 텅 빈 방이 좋아서이다. 이 방에는 어떤 방에나 걸려 있음...  
234 나도 중이나 되었으면
오작교
264   2021-11-12 2021-11-12 21:12
“사람의 목숨 허무해라 물거품일세 80년 한평생이 봄날의 꿈이어라. 인연 다해 이 몸뚱이 버리는 이날 한 덩이 붉은 해가 서산으로 진다.“ 고려 말 태고 화상의 임종의 노래다. 다른 사람들로는 몇 생을 산다 할지라도 그만큼 살 수 없는 알차고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