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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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니다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뭇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 조지훈 시인의 시, '석문 (石門)
모두 드나드는 통로일 텐데
저마다 느낌이 달라요
돌문..
그 안에는
영겁의 시간이 있고, 첩첩이 쌓인 침묵이 있고
그리고 어둠일 듯
기다리는 사람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는 열리는 돌문
기다리는 사람이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한 줌 티끌로 사라지는
오직 기다림을 위한 육체
돌아온 사람은
천년동안의 안부를 묻고
다시 천년을 앉아 기다리라고 하고 총총 문밖으로 사라져 ~..
간혹 그리움에 복사꽃빛 홍조가 돌기도 하는
기억만 움켜진 육체
재처럼 흘러내리는
적막한 몸
지금 내 몸은 거의 허물어졌어
너의 기억만
피와 살로 남아 있어
너는 어디 있니
너는 어디 있니.. 하고
어디에 가도..
"덥죠..?" 라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요?
그래도 웃음잃지 않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덥죠..? 하고 안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