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도 달빛을 흔들고 섰는 한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움에 데인 상처 한 잎 한 잎 뜯어내며
눈부신 고요 속으로 길을 찾아 떠나는......
제 가슴 회초리 치는 한 강물을 그렸습니다
흰 구름의 말 한 마디를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뒷모습이 시립니다.
눈감아야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내어도 닳지 않는 푸른 별처럼
날마다 갈대를 꺾어 내 허물을 덮어주는 이.
기러기 울음소리 떨다 가는 붓끝 따라
빗나간 예언처럼 가을은 또 절며 와서
미완의 슬픈 수묵화, 여백만을 남깁니다.
말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파인 바람은..삶이란 그냥 그런 거라 말하며,
그저 긴 호흡만을 연신 날립니다.
낙엽이.. 바람의 호흡에 따라 뚝뚝 떨어집니다.
다 타서 재가 된 흰 빛의 슬픔들이 뚝뚝 떨어집니다.
때론 자유로.. 때론 슬픔으로 포장 되어.. 휑하고 시리게 떠나갑니다.
나도 낙엽이 되여 함께 떠나갑니다.. 가을 길을 걷습니다
습관처럼 오늘도... 곧은 삶의 길을 그려가며 걷습니다. 곧은길엔..
아름다운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눈 시린 황홀한 빛도 있습니다.
마음의 빛 .. 모든 현상들을 다 용해하며 空함을 보여주는 마음의 빛..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내면이 있음을 알려주며,
떠나는 잎새의 뒷모습이 하얗게 지쳐있어 애처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