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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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백기만
청개구리는 장마 때에 운다. 차디찬 비 맞은 나뭇잎에서
하늘을 원망하듯 치어다보며 목이 터지도록 소리쳐 운다.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이었다. 어미의 말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미 청개구리가 "오늘은 산에 가서 놀아라!"하면
그는 물에 가서 놀았고, 또 "물에 가서 놀아라!"하면
그는 기어이 산으로만 갔었느니라.
알뜰하게 애태우던 어미 청개구리가 이 세상을 다살고
떠나려 할 때 그의 시체를 산에 묻어 주기를 바랬다.
그리하여 모로만 가는 자식의 머리를 만지며
"내가 죽거든 강가에 묻어다고!"하였다.
청개구리는 어미의 죽음을 보았을 때 비로소 천지가 아득하였다.
그제서야 어미의 생전에 한번도 순종하지 않았던 것이 뼈 아프게
뉘우쳐 졌다.
청개구리는 조그만 가슴에 슬픔을 안고,
어미의 마지막 부탁을 좇아 물 맑은 강가에 시체를 묻고,
무덤 위에 쓰러져 발버둥치며 통곡하였다.
그 후로 장마비가 올 때마다 어미의 무덤을 생각하였다.
싯벌건 황토물이 넘어 원수의 황토물이 넘어
어미의 시체를 띄워갈까 염려이다.
특히 끝의 두 연은 조국 잃은 후회와 그나마 일제의 횡포에 조국을 영원히 상실할까 염려하며, 통곡하는 민족의 발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