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lil Gibran

 

 

방랑자(THE WANDERER)

외투 한 벌과 지팡이 하나. 얼굴에는 고통의 베일을 쓴 남자.

그를 교차로에서 만났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으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집에 오셔서, 손님이 돼주시지요."
그리고 그는 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문간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그들에게 미소를 보냈으며, 그들은 그의 방문을 반겼다.
우리는 모두 식탁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이 사람과 함게 있는 것이 즐거웠다.

그에게는 침묵과 신비가 감돌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난롯가에 둘러앉았다.

나는 그의 방랑에 관해 물었다.
그는 그날 밤은 물론 다음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 내가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는 비록 그 자신은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매일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고통에서 태어난 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그가 걸어온 길의 먼지와 인내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흘 뒤 그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우리는 손님이 가버렸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들 가운데 한 사람이 여전히 정원에서 거닐고 있고,

아직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옷 [THE WANDERER]

어느 날 '아름다움'과 '추함'이 바닷가에서 만났다.

그들은 서로에게 말했다.
"우리 바다에서 목욕이나 할까."
그들은 옷을 벗고 물 속에서 헤엄쳤다.

얼마 뒤 추함은 해변으로 돌아와,

아름다움의 옷을 입고 그의 길로 가버렸다.
아름다움도 바다에서 나왔으나 자기 옷을 찾을 수 없었다.

아름다움은 벌거벗고 있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워,

추함이 입고 왔던 옷을 입었다. 아름다움도 자신의 길을 갔다.
그리고 바로 오늘까지도,

남자와 여자들은 그 한쪽을 다른쪽으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얼굴을 본 사람은 상당히 있다.

그들은 그녀의 옷이 바뀌었음에도 그녀를 알아보았다.

추함의 얼굴을 본 사람도 꽤 많다.

옷은 그들의 눈으로부터 그를 숨겨주지는 못한다.

연가 [THE WANDERER]


옛날에 한 시인이 연가(戀歌)를 썼다. 그 시는 아름다웠다.

그는 그 시의 사본을 많이 만들어

친구와 아는 사람들에게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보냈다.

심지어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 산 너머 사는 젊은 여자에게까지 보냈다.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젊은 여자의 편지를 가지고 심부름꾼이 왔다.

편지에 그녀는 이렇게 썼다.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이 저에게 써보낸 연가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지금 바로 오셔서 제 부모를 뵙도록 하세요. 약혼할 준비를 해야지요."
그 시인은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친애하는 이여, 그 시는 세상의 모든 남자가 모든 여자에게 불러주는 노래랍니다.

시인의 가슴에서 샘솟는 사랑의 노래일 뿐이랍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그에게 편지를 썼다.

"언어를 희롱하는 위선자, 거짓말쟁이!

오늘부터 관 속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당신 때문에 모든 시인을 증오할 겁니다."

눈물과 웃음 [THE WANDERER]

해질녘 나일 강변에서, 하이에나가 악어를 만났다.

그들은 멈춰 서서 인사를 나누었다.
하이에나가 말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악어가 대답했다.
"나쁜 일뿐이군요. 고통과 슬픔으로 가끔 눈물을 흘리면,

모두들 항상 '그것은 악어의 눈물이야'라고 말해요.

그 말은 어떤 말보다도 나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자 하이에나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의 고통과 슬픔을 얘기하지만,

잠깐만 나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보세요.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 놀라움과 신비를 응시합니다.

그러고는 순전히 기쁨에 겨워, 대낮이 웃은 것처럼 웃어요.

그러면 밀림의 사람들은 '그것은 하이에나의 웃음이야' 라고 말한답니다."




번갯불 [THE WANDERER]

폭풍우 치는 날, 주교가 성당에 있었다.

한 여인이 들어와 주교 앞에 섰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기독교도가 아닙니다. 저도 지옥의 불길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주교는 여인을 바라보고 나서 대답했다.
"없습니다.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다 하늘에서 천둥과 함께 번개가 성당 위로 떨었졌다.

성당은 불길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달려나와 그 여인을 구했다.

그러나 주교는 불길의 밥이 되어 형체도 없이 타버렸다.



진주 [THE WANDERER]


 

굴조개가 옆에 있는 굴조개에게 말했다.
"나는 몸 안에 아주 큰 고통을 품고 있어.

그것은 둥글고 무거워서 너무 괴로워."
다른 굴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하늘과 바다를 찬양할지니, 내 몸 속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다네.

나는 건강하고 안과 밖이 모두 완전하지."
그때 게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는 건강하고 안과 밖이 모두 완전한 굴에게 말했다.
"맞아요. 당신은 건강하고 완전해요.

하지만 당신이 품고 있는 그 고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진주랍니다."

 

 


Dolannes Melody

 

 

  Edited by  ChimY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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