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삭임
          詩. 김종해

이제 날은 저물고
우리 깊은 마음에 구르는
한 장의 잎사귀에서도
우리 님은 떠나려 하노니
바람이 불기 전에,
큰 어둠이 오기 전에
어서 흔들어 깨워라

우리 깊은 마음에 날려와
쌓이는 가랑잎을 타고
우리 님은 떠나려 하노니
이 가을에 우리가
까마득히 잠들고
우리 님이 떠나가면
또 다른 여인이 우리를
다시 낳아주지 않으리라

오래오래 닦아둔
은빛의 등촉대에
가물거리는 우리의
영혼이 서로 부둥켜안고
서걱이는 갈대밭의
갈대꽃에게나 지껄이듯
이 가을에 떠나지 않는
단 하나의 영원을 말해주어라

바람이 불기 전에,
큰 어둠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