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너무자라건물에피해를주므로벌목을합니다관리소장 !"

아파트, 숨막히는 작은 운동장
10 여년을 아름드리, 그리도 좋더니
밑둥만 남았다, 메타세콰이어 !
지난 봄, 갑작스레 사슬에 묶이고
전기톱에 동강이 났다.
동강 나서 동강이 나서, 다시는
다시는 잎을 피우지 못했다
수액, 철철히 소리없이 울더라,
그 날, 늦은 밤까지도.
반짝거리던 잎들 가득했던 가지들 마다 눈부시던
저녁 노을을 볼 수 없었다, 다시는......

휑한 그루터기, 담배를 피우며
나이테를 헤아린다, 늦가을 저녁.
이제사, 속내를 보이는
낱낱의 연륜이 심상하지 않아,
하도 남의 일 같지 않아
돌아 서며 내내 힐끗대다 ......
그날들에, 무슨 꿈들로 무성 했었을까 ......

   - 2005/11/20 사공  "나이테,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