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침묵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손 내밀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나만 아프면 그만이지...
남에게까지 동화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그저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마음이 답답하면 침묵 속으로
그래요, 그 무언의 침묵이 오히려 자신을 위해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는 날이 될 수도 있겠지요.

비 온 뒤의 갠 하늘
그리고 아픔 뒤에 오는 성숙함
이 모든 것이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진한 생의 아픔은 아닐지... ?!

나만이 내 아픔의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수없이 많은 아픔을 가지고도
침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있겠지요.

그런 무언의 침묵 속에서 삶의 아픔을 느끼며
그들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용서하며
삶의 숭고함을,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요,
힘들 때일수록 마음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누군가를 위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띨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지요.

놓여진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참을 수 있는 여유와 아픔을 가질 줄도 아는
정리된 순수함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그대의 존재로 누군가가 행복을 느낀다면
그대의 존재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을 재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였습니다.

물위에 비치는 구름을 보며
하늘의 높이까지 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제일 정확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잰 것이 넘거나 처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못 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확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몇번이나 속으로 다짐 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무관심한 체 하려고 애 쎴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애기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 눈금이 잘못된 자 일거라고 내뱉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내 자로 나를 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 졌습니다

아직도 녹슨 자를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재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