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누구도
      행복하게 느끼는 고독을 잠재우지 못한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가을은 풋풋한 그리움의 향기로
      흥건하게 가슴을 적셔준다.

      누구라고 이름하여 기대지 않고,
      마음을 나누지 않아도 그냥 솔직하여 좋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아니면 높이 올라 간 맑은 파란 하늘
      바람 뒤의 신선한 공기

      소슬하게 불어 오는 상쾌한 갈바람
      붉게 물드는 푸른 나뭇잎들의 반란
      바람에 흔들리며 인적없는 길가에
      울긋불긋 피어있는 코스모스

      가을의 상념은 늘 삶의 환희로
      내 가슴을 설레게 하며
      소리 내어 웃을 수 없어도
      훈훈한 입김이 풍요로움으로 뿌듯하다.

      뭔가 잃은 것 없는데 잊혀지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이  더 진솔하게 다가와서 좋다.

      소리없는 아우성들도 다 가슴을 울려주는 것 같다.
      하나도 의미를 담지 않은 것이 없어 참 좋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느끼는
      짧은 여운의 여백
      밤하늘을 수 놓는 수 많은 별들
      조용히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소리
      사락사락 산비틀에 풀벌레 소리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줍게 피는 들국화

      가을은 여인의 긴 머리에서 발끝까지
      열정의 격동보다는
      은은한 침묵으로 꿈틀대는 고독이 아름답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낯선 땅에서
      지그시 우수에 젖을 수 있는 여인

      정처없이 홀로 가다가 길을 만나면
      방향의 감각도 잊은 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인

      부드럽고 달콤한 샹송이 아니더라도
      유행가 가사 한 소절 들으면서
      고개 숙일 수 있는 여인

      이미지 화려하지 않아도
      어딘가 모르게 정을 듬북 주고픈 여인

      가을의 여인은 소박하니 질퍽이지 않고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깊은 눈매를 표현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한방울 굵은 눈물로
      다가 올 것 같은 아련한 여인의 계절이다.

      가을은 늘 혼자서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참 좋다.

      가을이 옵니다.

      한낮의 햇살은 따갑게 다가 와
      후덥지근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아직은 더워요.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늘 하는 말이며 마음이지만,
      그런 일상을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