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한잔에 맛이 간 여자 1 ♣ 독일산 유명 작가의 작은 풀꽃들이 정교하게 뿌리까지 그려진 아주 비싼 접시에 치즈, 햄, 안주용 다시마를 폼 나게 차려 놓고 홀로라고 나를 홀대하여서 아무렇게나 대접하는 건 내 스스로를 모독하는 일이라 오늘만큼은 용서할 수 없기에 투명한 와인 잔에 붉은 포도주를 우아하게 따르는 일 그럴듯하다 그도 어느 외국의 작가가 손으로 깎아 만든 맑은 유리의 와인 잔이란다 마른 꽃잎이 놓인 세 개의 큰 그릇마다 향긋한 천연 오일도 뿌리고 거기다 아로마 향 촛불까지 밝혔다 예술이 괜히 예술이냐 이게 바로 진정한 예술이다 인생은 폼생 폼사다 큭큭, 분위기 죽이는고만 혼자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날 때까지 키득이는 중이다
      ♣ 와인 한잔에 맛이 간 여자 2 ♣ 한 모금씩 음미하는 와인이 목에 따뜻한 전류로 싸아하다 괜히 이유 없는 딸꾹질을 한다 주기적으로 딸꾹거리는데 지독한 외로움의 자폐증을 앓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맑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 비단결처럼 깊은 영혼을 사르르 감아오면 사계의 가장 황홀하여 비밀한 음부 깊은 곳까지 흐르는 음악은 영혼의 침묵처럼 흐느낀다 제길, 몸은 말짱한데 방이 흔들린다 침대가 이완 상태라 출렁거린다 절대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데 침대가 흔들리고 내 집이 뿌리째 흔들린다.
      ♣ 와인 한잔에 맛이 간 여자 3 ♣ 미치도록 조용한 정적과 사위듯 꺼져가는 촛불처럼 고독을 거드는 홀로의 침묵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꿈에 젖다가 사랑하는 그니도 없는 작은 공간이 때론, 시베리아 벌판처럼 한없이 넓고 참으로 슬픈 행복이라 안위하는 내 눈동자에 시리도록 눈부시게 하얀 시베리아(백합과 흰 꽃) 꽃이 서글프게 귀족적인 향기를 풍기며 와락, 내 가슴에 깊숙이 달려와 안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고은영-
Luna Llena(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Los Tres Diama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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