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공부를 작정한 사람들이 산 속 암자에 둥지를 틀고 한시적으로 속세와 등지고 젊은 시절
보내던 그 때 그 이야기...

지금은 모 지방 법원에 제일 높은 자리에 있는 동수와 학교 졸업하고 고시합격이라는 출세길을
향해 의기투합하여 묵게 될 작은 암자를 찾아간 첫날...
한 여름 무더위.. 몇 시간 산길을 걸어 힘들게 도착한 암자에 짐을 풀고 나니 허기가 몰려왔다.

"야..  점심 먹을 때 아직 안 됐냐?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시간되면 주겠지.  기다려 보자"

그렇게 한 시간여의 시간이 흘렀을까?
암자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보살이라고 불리 우는 건 나중에 알았다)  방문 앞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학생들..  짐 정리 다 하셨나요?
"네~  다 했습니다"
"그럼 공양드리러 오시지요"
"....."

허기진 탓에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동수 놈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공양이란다.   짐 풀자마자 예불 드리게 하는 거 같다"
"그러게...  오자마자 그러는 거 너무 심한 거 같지 않냐?"

내 말을 들은 동수 놈이 문을 빼꼼히 열고 보살님에게 조심스럽게...

"저...  지금 저희가 조금 피곤하거든요.   공양...  나중에 드리면 안 될까요?

점심을 얻어먹지 못한 채 한참이 지난 해질 저녁시간 무렵 보살이라 불리우는 아주머니가 다시
우리 방문 앞에서..

"학생들..  저녁 공양시간입니다"
"저.. 죄송합니다.   아직 저희들 피로가 덜 풀려서 그러는데 담에 하겠습니다"
"공양 안 드리면 안 될 텐데....."

말끝을 흐리며 아주머니는 저녁 공양 안 하면 안 될 텐데만 중얼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어휴~ 배고파 죽겠다.   무슨 암자가 공양 안 드린다고 밥도 안 주냐?"
"야~  말 할 기운도 없다.   고시고 뭐고 그 전에 굶어죽겠다"

그렇게 산사의 첫날밤은 깊어만 갔다.  
저녁까지 굶어 허기져 꼬부라진 창자를 부여잡고서...  


* 공양 (供養) [명사]      
  
1.웃어른에게 음식을 드림.
2.[불교에서]
ㄱ.부처나 보살에게 음식물이나 꽃 따위를 바치는 일.
ㄴ.중이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일.
ㄷ.절에서 식사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