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잘 안 팔린다 싶으면 면소재지 주조장에서
세무서에다 빽을 넣어 술을 뒤지게 합니다
세무서에서 느닷없이 술 뒤지러 나온 날은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힙니다 술만 뒤지는 게 아니라
누룩 부스러기까지 다 뒤져서 없는 살림에
아주 망해버릴 만큼씩 벌금을 물립니다

술은 감춰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세무서 직원들은
술냄새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들킬 술이 없는 집은 누룩 감추기에 바쁩니다
두엄자리 속에도 베개 속에도 감추고
항아리 바닥에 넣고 그 위에 보리를 부어두기도 합니다
벼라별 짓 다 해봐도 세무서 직원들은
누룩 냄새도 귀신 같이 밝습니다

술이나 누룩 들킨 집에서는 주로 아낙들이  
한번만 봐달라고  차라리 죽여달라고
세무서 직원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집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뭔지나 아냐고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놓으라고 반말로 을러메거나 말거나
사납게 뿌리치는 발길에 차이거나 말거나
그렁 거 나는 몰라유 한번만 봐줘유 사생결단 매달립니다

달마네 어머니가 몇 차례나 발길에 차이면서
바지가랭이에 매달리는 방앗간 앞
들킨 술독 세 개가 나란히 놓인 길 옆에
흙먼지 몰고 온 국방색 찦차가 서고
까만 금태안경에 팔각모자 빠닥허게 쓴 군인 하나가
성큼 차에서 내려섭니다
육척 장신의 늠름한 가슴, 빨간명찰에 갈매기 한마리.
왼족 엽구리엔, 끄무티티 권총 한자루..
통쟁이집 큰아들 코^주부가 휴가를 왔습니다







팔각모자 삐딱하세 쓴체 검정안경만 벗어든 코^주부,  
삥 둘러선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사람을 많이 죽여서 디룩거리는 눈알이 저렇게 토끼처럼 붉다고 합니다.
디룩거리는 붉은 눈으로 세무서 직원들을 쏘아봅니다

"이 캐새끼들 일루 와보라우, 안 들리나?"

쓱삭 철커덕, 권총을 꺼네 탄창을 끼웁니다.
"타앙^타앙^ ~ 탕^,
총소리가 순식간에 마을을 흔들고 먼 들판으로 잦아듭니다.

세무서 직원들이 벌벌 떨며 팔각모자 앞에 다가가 한 줄로 섭니다  
팔각모자가 까만 장부를 빼앗습니다 사납게 찢은 장부를 세무서 직원들 낯바닥에 후려칩니다
정강이도 걷어찹니다
"이 캐새끼들, 예가 어딘 줄 알고 민폐를 끼치나?"
"엎드려, 원위치, 원산폭격, 안 들리나? 대가리 안 박나?"
이 마을 말투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저게 아마 서울말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가만가만 흉내를 내봅니다 이 캐새끼들 일루 와보라우 원위치 안 들리나 대가리 안 박나..
올려차기 돌려차기 이단옆차기로 좇나 얻어 맞던 세무서 직원들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두 손을 싹싹 비빕니다.

"원위치, 원위치, 안 들리나? 대가리 박고, 이 캐새끼들 여기 또 올끼가?"
`아닙니다 다신 안 옵니다 맹세합니다."
같은 동작 같은 말을 몇 차례나 더 주고받은 뒤 팔각모가 세무서 직원들을 놓아줍니다  

절름거리며 떠나는 세무서 직원들 등뒤에서 달마네 엄니가 팔각모 군인을 끌어안고
큰 소리로 엉엉엉 흐느낍니다.
"달마엄니, 고생 많었지유? 인자 분이 조께 풀려유?"
갑자기 말투를 바꾼 팔각모자가 달마네 어머니의 등을 다독입니다
말투가 바뀐 탓인지 달마네 어머니 울음소리가 더 커집니다
아이들이 삥 둘러서서 '팔각모자 만세'를 삼창 또 삼창합니다.
통쟁이 영감님이 헛기침을 큼큼거리며 늘어선 술독들을 곰방대로 때려봅니다
"이게 누구누구네 술이여? 마침맞게 술들 잘 익었구마잉,
우리 코^주부가 휴가 왔승게 오늘 이 술들 내가 다 살랑만,
누가 가서 술잔허고 안주허고 좀 가꼬 오더라고,
아 쌔기쌔기 좀 가꼬 와, 야뜰아 느그뜰도 오늘은 이 술 한 잔썩 혀봐라
술은 꼭 으른들 앞으서 배워야 허는 벱이다.
  
아이들이 다시 팔각모^아찌 만세를 삼창합니다
눈물 글썽거리는 달마도사 목소리가 제일 큽니다
- @정양





♪^ .. 농번기
섬마을 작은벌판에서도 벼수확이 한창입니다.

고개넘어 노인 한분.
낮 질허다 허리삐꺽. 꼼짝도 못하시겠다며
침^ 한방 찔러주라며 발걸음 하셨습니다.

"맛! 있을랑가 모리것다 만.
"뭐? 갖고올끼 있어야제 .. 하시며
내려놓으시는 페드병 두개.
누룩에 + 오가피씨 + 술밥섞어 = 직접담구신 농주원액이시란다.

시크머죽죽 씁쌀한 그 맛과
그때 그시절의 걸쭉한 이바구가 향기^로워
같이 한잔 퍼 ~ 마셔보자고 . 한상 차려 올려드립니다.

캬 ^^*
울^.사랑방 성님들 막걸리 좋아 하십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