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밤 그대 에게 편지를 / 이정하 

깊은밤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대에게 건너가지 못할 사연들
어쩌면
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고백들이
절망의 높이만큼이나 쌓여 갑니다.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
아무리 불러도 지겹지 않은 이름이여
나는 이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이 닿는 곳마다
그대는 새벽 안개처럼 피어오르니
나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을 뿐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선명한 그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쪽을 떼어 보낸다는 뜻입니다.

그대에게 닿을지 안 닿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날마다 나는 내 마음을
보내느라 피흘립니다.

밤새 그대 이름만 끄적이다
더 이상 편지를 쓸 수 없는 까닭은
이 세상 어떤 언어로도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