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바탕 눈이라도 뿌릴듯 찌푸린 날, 식구가 머리염색을 한단다. - 염색을 시작 한지가 벌써  2 년째?
아마, 지난 가을 무렵 부터 그랬던 것도 같다.
Fashionable 하게 칼라를 넣는 그런 것이 아닌,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서글픈 작업인 것.
미용실 가서 하면 비싸기도 하고 맘에 드는 색을 고르기도 쉽지 않아서
홈쇼핑에다 주문해서 집에서 염색을 한다는데, 미용사 노릇은 당연히 딸내미의 몫.
모녀가 도란도란 거리면서 염색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서글픔"이 와락 느껴짐은 왜일까......

미인의 머리(카락)을 두고, '흑단' 같은 머리채 라고 했던가 ? - 동양에서는
25 년전, 그 여자의 머리 색깔은 정말 기막히게 좋았다.
'흑단'은 결코 아니었지만. 너무 짙지도 않은 밤색 ? 하여간 뭐라고 적절하게 표현이 안되는 색...
동,서양의 색이 아주 적절하게 배합된 그런 색깔의 머리를 어깨까지 찰랑거렸던, 그네의 눈부셨던 날들 !

하지만,
염색을 한 이후로, 그 머리의 색깔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원래의 머리색깔대로 염색을 하면, 나이들어 생긴 흰머리가 진하게 염색이 되지 않기 때문에
'흑단' 비스무리한 색을 써야 한단다.
요즘들어, 어쩌다 그 머리칼을 만져 보면 거친 감이 들어서 "안됐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당신, 몇 년전만 해도, 정말로 봐 줄 만 했는데, 이젠 진자로 '아지매티컬' 하다야..."
"이기 다 누구 때문에 그렇는데, 20년 넘게를 쪼그라졌으니 그렇지...... 물리도."
"물리는게 아니고, 내가 '리콜' 해달라 해야겠다, 장모님 한테....,  참, 사람도 리콜 해 주는 그런 것 없나 ~~"
" 내가 하고 싶은 소리다, 치 ~~"

"엄마, 아빠,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예요......" - 윽, 딸내미가 끼어 든다 !
"음, 인정한다. 첫 작품이라서 예술성을 고려할 수 없었거든 ㅎㅎㅎ"

구경만 하지 말고 "봉사"를 하라기에 "커피" 두 잔 끓여다 주고서 물끄러미 바라본 창 밖,
텅 빈 놀이터를 북서풍만 한 바퀴 휘잉~ 돌다 가는구나 !
세월은 염색이 안되는거야, 이미 가버렸으니까......
세월 뒤에 남은 우리만 겉치레 하는거지.

※ 아니,
    세월은 제자리에 있는데, 우리네가 지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세월은 늙지 않는데, 우리만 늙는 것 아닌가 ?                     200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