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폭풍을 만나고/예반

                            
일생 동안
나는 키워 내고 싶습니다

강인한 팔을
부드러운 손을
듣고자 하는 귀를
다정한 눈을, 부드럽게 말하는 혀를
지혜로 가득한 정신을
그리고 이해심 있는 가슴을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사람을
제때에 만난다는 것입니다

자주 이런 일이 있지요
숱한 사람들 가운데서
누군가 앞으로 걸어나와
우리가 가는 길을 가로질러 갑니다
그리고 단 한번의 시선으로
묘한 감정이 시작되어
가슴 깊은 곳에서 커져 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원합니다
더 늦기 전에 세상을 정지시켜 놓을 만한
비밀스런 주문을 외울 수 있기를,
그리하여 한 순간만이라도 함께 나누며
우리의 감정을 서로에게 알릴 수 있게 되기를

그러나 각자 제 갈길을 따라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고
그리고 그 묘한 감정은
미묘한 슬픔으로 변합니다
그 슬픔을 우리는 애써
미소로 덮어 버리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일이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얼마쯤은 알지만,
없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일,
혹은 아무것도 아는 바는 없지만,
한번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그런 일이죠

하느님, 제발, 빨리 내게
한 구절 보내 주십시오
아니면 뭔가 할 말을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폭풍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을
내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감정을 그녀에게
알려줄 만한 딱 한 구절을
하느님, 제발 열심히 애 좀 써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에는 좀더 낫게 하세요
지난번엔 깊은 인상을 못 주었으니까요
"여보, 오늘 요리는 뭐지?"라는 구절로는

때때로,
낯선 사람이 나타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면 감정들이 작동하여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 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우리의 삶에 줄수 있는
의미에 대한 우리의 해석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목마르게 만들고,
우리의 말을 머뭇거리게 만들지만,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은,
우리를 아주, 아주
상처받기 쉽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운이 좋아
당신을 내 두팔에 안을 수 있겠지요
그저 내 마음으로만 안는 게 아니라
아마도 언젠가는 그 동안의 내 헛된 꿈들을
가슴 두근거리는 하룻밤의 추억들로 바꿀 수 있겠지요

그러면 세상의 차가움은
당신의 따스한 체온에 의해 뿔뿔이 흩어져 버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