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에 부는 바람 / 오명록


바람부네

남녘에서 북녘으로 혹은 나뭇가지

검불 위로


언땅에 마른 몸

고스라진 여자만 갈숲 사이

지친 노을이 쉼죽여 잠기는

허리통 드러낸 개펄 위로

바람부네


바람은

자기도 하고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하고


바람은 일 저지르고


여자만 갯펄위로 부는

정월 초엿세 바람앞에

나를 닮은 칠게 한마리 있어

옆걸음으로 맞서는 꼴이 우습구나.


뻘구멍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칠게는

제멋대로 휘날리는 바람이 부러울까

제자리 머물지 못하는 바람은

물살만 아쉽게 흔들고 가는데


여자만 갯펄에서 끝모를

목이 빠져 고스라진 갈꽃 기다림의 세월까지

바람부네.

칠게 설레이는 옆 걸음걸이

또 어디로 몰아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