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왜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낳는다고 했을까. 그늘은
어두운 곳이다. 했볕이 들지 않아서 습기차고 성장의 속도가
느리고 힘겨운 곳이다. 왜 그런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판소리를 잘 해도 "저 사람 소리엔 그늘이 없어" 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생의 그늘, 쓰고 맵고
어렵고 힘든 인생살이가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을 판소리
에서는 그늘이 있는 소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양지 쪽만을 택하여 자란 삶보다 그늘을 겪어서 양지도 아는
사람이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눈물의 의미를 알아야 참된 기쁨이 무언지도
아는 것이다. 그래야 남의 고통도 알고 다른사람의 눈물도 닦
아줄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아름
다워지는 것이다.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