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에 많은 열매/이탄


1

바람이 불고 벼락치는
모진 날을 이기고
나무가 쏘옥 쏙 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앞을 내밀고 한 치 한 치 하늘로 뻗는 것은
무슨 뜻일까
찌는 더위나 독한 추위를 이기고
때맞춰 꽃 피우고 열매 여는 것은
무슨 뜻이 있어 그러는 걸까

한 나무에 많은 열매를 갖고
비바람을 거느리는 저 모습


2

계절이 바뀌어도
마음속에 늘 그림자 비친
풍성한 열매
세례를
받는 즐거움에
신의 주현절을 생각하면
하루를 그럭저럭 보낸 날이 부끄럽다

그 옛날 케이크 속에서
동전을 찾아내면
왕이나 여왕이 된 게임

많은 열매들
거울처럼 빛나듯
나도
그래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순탄하기만 한 삶은 드물다. 바람이 불고 벼락이 친다. 찌는 더위를 견뎌
야 하는 날이 있고 독한 추위를 이겨야 하는 날이 있다. 모진 날들도 많다.
우리 인간만 그런 시련의 날들을 겪는 게 아니다. 목숨을 가진 모든 것들은
다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런 모진 날을 이기고 나무가 쏘옥 쏙 자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며 때 맞추어 꽃 피우고 열매를 여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깨우
침을 주고자 함일까.

시련의 날들이 있어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
까. 열매는 바로 시련의 날들 속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많은 열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비바람을 함께 거느리고 있는 나무는
이게 바로 인생의 모습이라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닐까.*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