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시/정일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들의 이름 배우다 무릎을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는 간
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 농어 새끼는 껄떼기, 조
기 새끼는 꽝다리, 명태 새끼는 노가리, 숭어 새끼는 동어, 방어 새끼는 마래미,
누치 새끼는 모롱이, 숭어 새끼는 모쟁이, 잉어 새끼는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
는 설치, 작은 붕어 새끼는 쌀붕어, 전어 새끼는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는 팽팽
이, 갈치 새끼는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이 시인의 이름 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이 시냇물이면 시냇물을 바다면 바다
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시를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