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취해/황동규


삶에 취해 비틀거릴 때가 있다

아스팔트 갈라진 구두 끝을 비비다가

밖으로 고개 내어미는 풀꽃의

쥐어박고 싶을만치 노란

콩알만한 꽃송이를 보거나

구두끝에 꽃물 남기고 뭉개진 꽃의 허리가

천천히 다시 들릴 때


봄날 아파트 뜰에서

같이 살며 잊고 지낸 문딩이 새를

문득 새로 만날 때

눈썹이 희고 목이 노란

(이름이 뭐드라. 얼굴은 참 낯익은데)

그 놈이 까딱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잠시 머릿속이 환해 비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