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 / 양전형

 

 

꽃은 서릿발이나 칼바람 속에서도

불길 같은 땡볕 아래서도

사랑하니까 피어납니다

 

그대를 바라만 봐도

내 안에 웬 꽃송이들 설레며 피어 올라

어쩌면 나도 꽃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불면의 이슥한 밤 이 하늘 아래

어디선가 잠들어 있을 그대를 생각하다

내 몸에서 언뜻언뜻 향기가 나서

진정 나도 꽃이구나 느꼈습니다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그대 보이지 않고

길모퉁이를 쓸쓸히 돌아가던

그대 뒷모습이 눈에 밟혀 올 때

어느 들길 어느 바닷가에 나 홀로 앉았을 때

가슴에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낙화를 보며

내가 왜 꽃인지를 알았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꽃입니다

꽃은, 사랑하기 때문에 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