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서는 충청도 / 이정록 ▶

울진에다 신접살림을 차렸는디,
신혼 닷새 만에 배타고 나간 뒤 돌아오덜 않는 거여. 만 삼
년 대문도 안 잠그구 지둘르다가 남편 있는 쪽으로 온 게 여기
울릉도여.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도인줄 알어?
아직도, 문 열릴 때마다 신랑이 들이닥치는 것 같어. 근데
막걸리집 삼십 년, 남편 비스무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 그
때마다 내가 횅하니 고갤 돌려버리니까, 붙어댕긴 이름이여.
그랴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껜.
이 신랑스런 눔아, 잔 받어! 첫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 그 끝자럭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