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어머니의 일기 ◈
      
      미안하구나, 아들아 !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줄 형편은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오늘도 하루해가 저무는구나 ...
      먼산 저곳에는 너희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구나!
      
      이제 나도 짐을 놓고 
      떠날때가 된것 같다 
      아들아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