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 오면

                              詩 고선예


     차갑게 부딪쳐온 바람은
     내 마음 먼저 알아
     푸른 하늘 그대로
     쓸쓸함을 들어냅니다.    

     이젠 무뎌 질만도 한데
     안달하는 바람도 관망할 것 같았는데
     해마다 가을이 오면
     이내 가슴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먼 길을 지나온 지친 바람은
     가난한 연인들이 전해 준
     따뜻한 사랑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찢겨져 구르던 빛바랜 단풍잎 새에  
     겨운 시름 내리었고
     잠잠히 내렸던
     슬픈 빗방울도
     긴 한숨을 흘려보내느라
     그렇게 내 창에 머물다 가는 것을

     해마다 가을이 오면
     이내 가슴은
     끝 모를 방황의 길 떠납니다.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