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유강희


물로 구운 똥을

층층이 쌓아올린

대숲



대숲의 푸른 성 안에는 족제비와 살가지가 살고 봄비와 달이 살고

사랑이 움트고 날마다 엽서가 도착하고 화살을 날린 아이가 숲 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어린 숲이 되어 걸어 나가고 할머니 꿈이 뒤숭숭하고

허물을 벗고 별이 되고픈 구렁이의 검은 눈빛이 타고 대숲 머리채를

끌고 자꾸만 하늘로 기어오르는 저녁 연기, 그 물빛 서러운 가락만 남고



가끔은 쏟아지지 않는 울음을 울려고

허리를 최대한 꺾어보는

푸른 눈썹의 대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