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편지/이해인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고향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오는 백일홍
날마다 무지갯빛 편지를
족두리에 얹어
나에게 배달하네


살아 있는 동안은
많이 웃고
행복해지라는 말도
늘 잊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