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가는 숲/김영천
봄이 지나가는 숲/김영천
제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만 깊숙이 갈아 앉던 나무들이
하나 둘 문을 열어 제치며
금새 새파랗게 질린 숲은
낮은 바람에도 웅성거리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 잊었던 길을 문득 생각해내는지
산새들이 더욱 분주하다
지난 가을,
뽀시시 자궁을 열고 떨군 씨앗 몇 개
흙을 비집고 나오는지
구시렁 구시렁, 봄은 좀 소란스러운 것이
꼭 사랑방 같다
나도 서둘러 문을 활짝 여니
비로소 서로 환하다
** 김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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