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란/정호승


만남이란 좋은 인연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으나
가끔은 악연이라 하는 잘못된 만남도 있다.
친구의 만남, 연인의 만남, 부모형제의 만남, 타인의 만남,
모든 만남은 인연이라는 줄기 따라 가지에 맺힌다.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오다
시시각각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망의 공허함은
우리나이엔 누구나 공통으로 느끼는 분모일 것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고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싸~아함으로 퍼져가고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사소한 것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 없이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한살 한살 세월에 물들어 가고 있는  빛깔은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물들이고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솔직히 그런 나이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이 품어야 할 유혹임을...
끝없는 마음의 반란임을...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긴 세월 만들어진 내 인연의 숲 안에서
소중한 내 인연들에게도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에도
악연으로 기억되지 않게
부끄럽지 않은 진실된 서로의 메아리로 평화로운 인연의 숲을 만들고 싶다.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